〔金甲相의 巨濟萬事〕거제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정치인·정당간의 약속은 개나 줘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약속에 대해선 상대가 누구 던 우직하리만큼 철저했다.
2010년 초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박근혜 전 대표를 두고 “미생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다리 밑에서 난간을 붙잡고 기다리다가 결국 불어난 물길에 휩쓸려 익사했다”고 비꼬았다. 세종시를 행정수도가 아닌 기업 및 교육 중심도시로 만들자는 수정안에 박 전 대표가 반대하자 이를 미생에 비유한 것이다. 약속과 신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알았던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 미생에 대한 고사성어 ‘미생지신(尾生之信)’ 끌어다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생은 진정성이 있었고 그 애인은 진정성이 없다.”며 “미생은 죽었지만 귀감이 되고 애인은 평생 괴로움 속에서 손가락질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며 반박했다.
당시 대통령을 꿈꾸던 두 거물이 정치인의 '약속'이라는 화두로 격하게 부딪치면서 한때 한나라당 내부에서 정국이 소용돌이쳤다.
지난 7월 31일 거제시의회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무소속 2명이 결탁해 의장, 부의장을 선출했다.
전반기 원구성 당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양당간 전반기는 국민의힘에서 의장과 상임위원장 2개, 더불어민주당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1개 후반기에는 반대로 하기로 약속하고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후반기 원구성 시기가 다가오자 국민의힘에서는 말을 바꾼다.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일탈로 탈당한 양태석, 김두호의원 때문에 무소속 2명이 그 변수라며 해괴한 논리를 갖다 붙였다.
하지만 의장단 선출 다음 날, 부산일보 〈단독〉으로 국민의힘 의원들 간의 이면 합의서가 터졌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하던 내부 합의서가 그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돌이켜보면 애초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의 합의는 지킬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전반기 원구성 전에 이미 이면 내부 합의서가 작성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국힘의힘 의원들 간의 이면 합의서에는 전반기는 윤부원의원이 후반기에는 신금자 의원이 의장을 맡기로 작성되어 있었다.
이는 대시민 사기극이자 동료의원들과의 약속조차 무시한 처사다. 마땅히 비난받아야 하고 이에 동조한 김두호의원과 신금자의원은 의장직과 부의장직을 내려놓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자신들을 선택한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이고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기도 하다.
중국 전국시대, 진 효공때 변법을 도입한 상앙은 법령을 제정한 후 법을 공표하기에 앞서 백성들이 위정자를 믿지 아니함을 타파하기 위해 묘책을 낸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10금을 상으로 주겠다고 방을 붙였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을 백성들은 믿지 않았다. 하여 상앙은 상금을 50금으로 올리자 반신반의하며 북문으로 나무를 옮기는 백성이 나타나자 상앙은 약속대로 상을 내렸다.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유래다.
요즘 거짓과 공약(空約)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한 번쯤은 과거를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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