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거제 시내버스 파업, 부끄럽다

[기고] 거제 시내버스 파업, 부끄럽다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

우리 거제시의 파업으로 인한 시내버스 운행중단 뉴스가 25일 새벽부터 전국 뉴스로 등장했다. 거의 기억에 없는 지자체 단위의 버스 파업이라 더 뉴스거리가 된 것이다. 그동안 버스 파업 이슈는 대부분 광역지자체 단위로 발생하던 것이었다. 그조차도 정부나 지자체의 중재로 실제 파업이 발생한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거제시의 시내버스 파업은 우리 거제의 도시 이미지에 또 하나의 부끄러운 오점을 남겼다.

대중교통으로의 시내버스는 정부와 행정이 관리하고 책임져야 하는 교통복지, 교통약자의 이동권, 공공재 그 자체로 인식된다. 그런 이유로 버스의 운행의 멈춰지고 시민의 불편이 가중된 이번 버스 파업에 대해 거제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다수 시민은 버스회사와 거제시 행정 간의 갈등이 어떤 것인지, 버스회사와 노사갈등이 어떤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아니 알 필요가 없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버스회사와 행정, 노조 사이의 문제가 어떠하든,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극단적인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행정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거제시가 시내버스회사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규모는 각 110억 이상으로, 이는 양대 버스회사 매출의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이름만 없을 뿐, 버스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사실상 거제시란 것을 운송업계 관계자라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지 않는 시내버스 때문에 곳곳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소동이 일고 있는데, 거제시는 버스회사 탓을 하고 버스회사는 거제시 탓을 하며 시민들을 볼모로 삼아 버스를 멈추는 현실에서는 백번을 양보해도 거제시 교통행정을 우선 비난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도 변광용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결렬된 모양입니다,.(중략)…. 다시한번 노사의 대타협을 기대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문맥상으로는 거제시장은 마치 거제 시내버스 파업 문제와 상관없는 제 3자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

지역 언론이 지속해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해왔고, 시내버스 차량 앞에 거제시의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붙이고 운행한 지 오래고, 시내버스가 유일한 발인 시민들은 행여 버스가 멈춰 설까 불안 불안해 왔는데, 거제시장은 어디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인가?

행정 책임의 당위성

거제시는 지난주 의회보고를 통해 버스회사들이 적자요인에 대한 객관적 검증을 수용하지 않고 있으며, 임금 해결을 위해 보조금을 우선 지급했지만, 운전기사들의 상여금 미지급으로 제대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게 됐다고 답변했다. 반면에 버스회사들은 시가 근원적인 해결 문제는 외면하고 모든 문제를 시내버스 회사 탓으로만 돌린다고 항변한다.

거제시의 지난 노력을 모두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거제시가 오랜 시간 여러 차례의 조정 회의를 주최하고 임시방편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까지 해결에 노력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버스 파업으로 서민들의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거제시는 억울함을 말할 수 있겠지만 버스회사나 노조의 잘잘못을 거론하기에는 행정 책임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기피 현상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리 거제시의 양대 시내버스 회사뿐 아니라 전국의 버스회사들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외국에서도 버스 완전공영제를 시행 중인 미국과 유럽의 일부 지자체의 경우에는 버스 노선 중단 및 운행 대수 감축이란 극단적인 처방도 제시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여러 이해 당사자 중 일방만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양대 버스노조의 요구는 사실상 2.62%의 임금 인상과 무사고 수당 5만 원 신설이 전부다. 그 외 요구사항인 임금 체불 및 4대 보험료, 퇴직금 연체 방지는 노조가 요구하기 전에 사용자가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이다. 매년 반복되는 대기업 노조의 임단협 협상 조건에 비하면 정말 눈물 나는 생계형 호소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

버스업체에서 요구한 선지급 적자 보전 보조금은 25억 원이었다. 만약 거제시가 이를 버스업체에 지급했다면 시민들의 발이 묶이는 이번 파업은 없었을 것이다. 이마저도 이번에 지급한 업체별 3억 9천만 원을 제하고 나면, 나머지 금액은 매년 1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는 거제시 입장에서 큰 금액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1~4차에 걸친 거제형 재난지원금으로 거제시가 쓸 수 있는 자율적 예산은 거의 바닥난 것이 어쩌면 이번 사태의 원흉이 아닐까 생각한다.

거제시의 부실한 비상계획 수립도 문제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버스업체의 경영난은 작년부터 지속해서 호소 되던 일이다. 대중교통 업체에 ‘당신들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라는 식의 무대책은 행정 부재나 다름이 없다. 행정은 미래에 일어날 행정위험에 대비해 분야별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평소에 수립하여야 한다. 지금처럼 상황이 벌어지면 공무원만 차출하는 급조된 내용으로 행정의 역할을 다 한 것처럼 시민들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는 버스 준공영제, 완전공영제, 완전무료제의 대중교통 정책으로 시내버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거제시가 운영 중인 민영제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원천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 차제에 근원적인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장기적 과제로 면밀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 우선 이른 시일 내에 ‘운용의 묘’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 여겨진다. 그것이 행정의 역할이고 리더의 역할이다. 거제시 버스 파업을 제도의 문제로 몰고 가면 백년하청이 된다.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민영제와 보조금 지급 방식에 운용의 묘를 더하고, 장기적으로는 섬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거제형 대중교통 운영정책을 근본적으로 수립하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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