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소견
(주)신성 대표이사 이성신
1999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0여년간 산업은행의 지배를 받아오던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현대중공업으로 인수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와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이 완료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우선 계약이전에 실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대우조선노조와 회사 측의 요구에 대한 일정선의 합의가 필요할 것 같고, 또한 우리나라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와 독과점심사도 거쳐야 하며, 최대 관문인 국제기구 (WTO)와 EU를 비롯한 조선경쟁국들의 기업결합심사와 독과점심사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인수합병이 완성된다.
결코 쉽지 않은 돌발 변수가 많아 전문가들 중에는 이번 인수합병의 무산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끝내 현대의 대우조선 인수가 기정사실화 된다면 기존 대우조선 직원들과 그동안 대우조선에 납품해온 수많은 하청업체들 과 부품납품 업체들은 동종업계의 특성상 겹치는 업종들이 많아 어떻게든 감축이나 정리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우리지역민들은 이번 갑작스런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는 장기간 조선경기의 침체로 지역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모처럼 선박수주소식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있었으나 이번 현대의 대우조선 인수발표로 또 다시 우리지역에 제2의 불황이 찾아와 지역경제가 더욱 침체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사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 환호성이 터져 나와야 마땅한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첫번째 이유는 현대가 대우조선을 법적으로 인수하고 나면 대우조선이 그동안 수주 받은 물량을 우리 거제에서 오롯이 처리하지 않고, 울산의 현대중공업이나 군산으로 가져가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만일 이렇게 되면 대우 조선의 일감이 확 줄어들게 됨으로써 직영인력은 물론 그동안 대우조선 에 납품해온 수많은 하청업체와 부품업체들은 일감부족으로 문을 닫게 되고 사람들은 하나 둘 거제를 떠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거제는 그동안 겪었던 심각한 불황을 또 겪게 되는 악순환으로 깊은 시름에 잠길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우려들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의 한 임원은 대우조선의 인수합병이 완성되어도 한쪽만의 희생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언론에다 말하고 있지만 그 말을 믿는 지역민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일정시간이 지나면 울산 현대중공업의 빈 도크에 대우 물량을 채우거나, 그 다음 군산으로 가져가서 물량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 만일 이것이 현실화 된다면 우리지역은 대우조선 물량감소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받음으로써 우리 지역의 황폐화는 시간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상황이 결코 오지 않도록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지켜 나가야 한다. 현대가 정말 우리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침체에 빠진 우리 지역경제를 파탄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대우조선 물량을 절대로 거제에서 빼가지 않을 것이고, 업체나 인력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결단코 단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만천하에 발표하고, 법적효력을 가질 수 있는 공증증서를 작성하여 대우조선 임직원들과 지역단체, 그리고 우리시의 단체장에게 제출하는 등 신뢰를 확보하는 절차를 반드시 선행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두번째 이유는 이번 현대의 대우조선 인수발표가 아무런 예고 없이 너무도 전격적이라 지난 2008년도처럼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 같고, 뭔가 밀실에서 진 행 되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을 뿐 아니라, 삼성중공업에도 처음 부 터 인수제안을 하고 진행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인수합병에 절차상 하자가 있어 보이게 만들었고 그 결과 이번 인수합병이 매끄럽지 못하게 추진되었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는 것이고, 더군다나 대우조선의 경영층에서조차 이번 인수합병 소식을 사전에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언론의 발표를 듣고야 알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이럴수가 있느냐며 모두가 허탈과 분노에 빠진 것이다. 속사정이야 있겠지만 산은과 현대는 왜 당당하지 못하게 일을 이렇게도 꼬이게 만들었을까?
향후 이 토네이도급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해 나갈려고! 말이다.
세 번째 이유는 과거 현대의 한라중공업 인수할 당시를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안했다지만 기존 근무하던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는 소문들이 자자했다.
왜 그랬는지 그것은 잘 모르나 분명한 것은 그들이 떠날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이 조성된 것은 아닐까? 만일 이번에도 현대가 또 그런 전략(?)으로 사람 내보내기와 업체 흔들기를 자행함으로써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향후 그 대가가 심각할 것으로 사료된다.
위와 같이 산은과 현대가 대우조선을 향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처리하는가는 우리의 생존권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라 매우 중요하다.
만일 산은과 현대가 이번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우리의 요구들을 묵살하고 자기들 방식대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로 강행한다면 이번 인수 합병추진은 아무런 시너지도 소득도 없이 손에 피만 묻힌 결과로 남아 서로에게 아물 수 없는 깊은 상처만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돛대 없이 바다에 장기표류 하면서 정처 없이 떠도는 조각배 신세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심각한 일이고 이럴 경우 이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 우리는 이러한 최악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따라서 현대와 산업은행은 우리의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 들을 다각도로 검토해서 대기업답고 국책은행다운 처신으로 지혜를 모아 해결(합의)에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아무리 현대의 기업문화가 “해봤 어!고 “밀어붙이기’식 기업문화라고 해도 현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어리석은 선택으로 파국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끝으로 이번 현대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죽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우 나라의 조선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부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현명한 판단과 처신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거제와 대우조선해양에 신의가호가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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