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소장의 알기쉬운 정책 이야기- 거제시 ‘2024, 조선·해양 엑스포 개최’
지난번 기고문(6/16일, 제3편 : 국제대회를 유치하자)에서 저는 조선업의 관광 산업화를 위해 거제에 ‘국제대회를 유치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국내외의 많은 도시가 그 도시의 최대 특장을 살려 성공한 국제대회를 개최합니다. 가까운 예로 고성의 공룡, 함평의 나비, 제천의 한방처럼 그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특징을 브랜드화해 국제대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 국제영화제, 거창 국제연극제, 통영 국제음악제 등의 예에서 보듯 국제행사 개최는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에 가장 핵심입니다. 국제대회 개최를 통해 국내외로부터의 관광객 유입과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국비지원을 받아 도로, 교량, 터널, 하천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건설해 도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산업과 관광산업
최근에 우리는 조선 경기의 호왕, 불황 뉴스에 온 거제가 들썩거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카타르발 23조 수주 대박 소식에 당장이라도 경기가 살아날 듯 들뜨기도 했고, 상반기에만 3,000여 명이 실직하고 연말을 전후해 최대 8천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실직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에 또다시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우와 삼성의 사외 협력사들이 일감이 없이 한곳 걸러 한 곳이 문 닫고, 몇 달째 개점 휴업상태인 작업장이 수두룩한 것이 거제의 냉정한 현실입니다.
직·간접으로 거제 사람 70%가 조선소와 관련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선업이 원체 경기를 타는 산업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그 대안으로 관광을 말합니다. 그러나 관광이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뿐 아니라 도로·호텔 등 하드웨어, 시민의식 같은 소프트웨어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산업이 됩니다. 연인원 700만 명의 관광객이 거제를 방문하고 거제시가 1,000만 관광객 유치를 말하지만, 그 많은 관광객이 거제를 그저 스쳐 지나갈 뿐 산업이 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조선업이 어렵다고 조선소를 들어낼 수도 없고, 관광을 말하지만 당장 산업이 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조선업의 경기변동 사이클에 기대고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거제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근본적인 틀의 변화가 필요하다.
2024, 거제 조선·해양 엑스포
단언컨대, 거제의 미래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거제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해야 합니다. 우리 거제의 최대 특장인 ‘조선·해양’을 주제로 한 국제대회를 추진해야 합니다. 거제는 전 세계 조선·해양 산업의 수도(Capital)이자 최대 도시입니다. 거제에서 국제적인 조선·해양 박람회를 개최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접근입니다. 이미 지난 2012년 김두관 경남지사 시절, 거제 세계 조선·해양 엑스포 개최를 위해 실시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 그 필요성·적합성 등 모든 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부산에서 2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국제조선·해양전(KORMARINE)과 같은 전시회를 거제에서 개최해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 수 백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거제에 오게 할 수 있는 조선·해양 문화 전시회를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거제는 3가지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도로, 교량, 호텔, 컨벤션 시설 등 각종 하드웨어의 구축으로 관광이 산업화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조선산업의 발전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도시의 이미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회색빛 중공업 도시의 음울한 이미지에서 문화와 관광, 명실상부한 조선·해양 capital 국제도시로의 이미지 변화가 동반되게 될 것입니다.
산업과 문화를 겸한 국제조선·해양 엑스포
현재 국내외 여러 도시에서 조선·해양과 관련된 산업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독일 함부르크, 그리스 아테네, 핀란드 오슬로 등에서 격년제로 국제조선·해양 산업전시회를 개최합니다. 이러한 산업전시회를 통해 선박을 수주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알게 됩니다. 가까운 상해나 부산에서도 2년마다 국제 조선·해양 산업전이 열립니다. 부산의 경우 약 나흘 동안 80개국에서 3만 6천 명 이상이 행사에 참여(2019년 기준)합니다.
그러나 조선·해양과 관련한 산업전시회를 개최하는 도시들은 있지만, 조선·해양과 관련된 문화박람회를 개최한 도시는 없습니다. 부산이든 상해든 전문적인 산업전시회만 열리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그 행사가 열린다는 사실 조차 알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거제에서 산업 엑스포의 전문성과 문화 엑스포의 대중성을 겸한 조선·해양 엑스포를 개최하자는 것입니다. 거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접근입니다.
관광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여름철 약 한달 정도의 기간을 정해 대중성을 가진 조선·해양 문화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그 기간 중 나흘 정도 전문성을 띤 산업전시회를 함께 개최하는 것입니다. 우리 거제는 조선·해양전시관, 칠천량해전 기념관, 옥포대첩 기념공원 등 이미 많은 조선·해양과 관련된 전시장들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양대 조선소는 그 자체로 훌륭한 전시장입니다. 일반 시민들이 배의 건조 과정이나 완성된 배를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문화 박람회 이해의 폭을 넓혀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진해 해군 함정들의 관함식, 선박과 인류 역사관, 남해안 역사문화관, 해상 전시 체험 Zone 등을 추진한다면 산업과 문화를 겸한 거제 조선·해양 엑스포는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뿐 아니라 우리 거제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2024년도에 거제에서 ‘조선·해양 엑스포’를 개최해 거제의 미래를 준비합시다.
【다음 편에서는 ‘왜 2024년’인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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