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부내륙고속철도와 거제도
김범준 소장은 장승포 출신으로 부산대학교 특임교수와 거제정책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부산대 법대 졸업, 성균관대 박사(국제정치학)를 취득하고 미국 웨스턴워싱턴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국회의원 보좌관, 새누리당 중앙당 부대변인, 부산시 서울본부장 등 국회, 지방자치단체, 정당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고 현재 KNN(부산경남방송) 시사프로 ‘송준우의 시사만사’에 매주 출연하고 있으며 MBN, 고성국TV 등 활발한 방송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시대의 도래
올해 초 정부의 예타면제 발표로 김천에서 거제까지 남부내륙철도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래된 숙원사업이었지만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당해 오다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큰 대의명분을 앞세워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이 어떠했던 간에 남부내륙철도는 분명 거제의 미래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로 작용할 것이다. 수도권의 2,000만 인구가 두 시간대에 거제에 올수 있게 됨으로써 거제가 향후 남해안의 중심도시, 관광도시 그리고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정부의 계획과 현실화 사이
남부내륙철도와 관련된 정부계획이 발표됨에 따라, 이제 과제는 계획이 반드시 실행되도록 현실화 하는 과정이 남게 되었다. 현재 정부계획은 올해 8월말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적정성 검토를 끝내고 하반기부터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 수립기간 동안 사업비, 역사위치, 노선 등이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향후 2년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 단계를 거쳐 4년 동안 용지보상과 공사를 하게 될 것이다.
현재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8년에 고속철도가 거제에 오게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부계획에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예산을 운용해 본 공무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미 예타면제시에 발표한 KDI(한국개발연구원)‘적정성 검토기한’ 부터 당초 계획대로 되질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고속철도 건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확정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사업은 서부경남 지역의 50년 숙원사업이었음에도 경제성이라는 암초에 걸려 쉽게 결정되지 못했다. 지난 66년에는 기공식까지 마쳤음에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지금의 남부내륙철도는 경제성 보다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앞세운 정치적 결정이다. 그런 이유로 향후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의 고속철도는 어떤 경우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수많은 기본계획 변경과 설계변경 등을 통해 늦어지고 또 늦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경제성이 높고 대한민국 물류의 거의 70%에 육박하는 서울-부산축에 건설된 경부고속철도 조차 수많은 기본계획 변경을 거듭해 늦어지고 미뤄진 것이 사실이다. 당초 경부고속철도는 80년대 말 계획되고 92년 착공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기본계획이 몇 차례 변경되는 과정을 거쳐 1, 2단계로 구분되어 건설되었다. 결국 1단계 서울-대구 구간은 2004년에 개통되었고 2단계 대구-부산구간은 2010년에 이르러서야 개통되었다.
고속철도 건설은 엄청난 공사비를 수반하는 역대급 사업이기 때문에 대구-부산 구간은 2010년에 개통되기 전까지는 기존선의 선형개량을 통해 운행속도를 높이는 무늬만 고속철도로 운영되었다. 기우(杞憂)이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김천에서 거제에 이르는 고속철도의 기본계획이 만들어질 때 예산을 핑계로 단계를 구분하는 최악의 상황도 결코 배제하지 못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가 거제까지 연장되지 못한 것은 거제지역 수요 부족이 한 원인이었다. 고속도로 건설보다 훨씬 더 큰 비용을 수반하는 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해서, 고속도로 건설수요도 충족시키기 어려운 거제지역에 빠르게 철도를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공무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과 조선산업의 위기에 대응하기위해 남부내륙철도 예타를 면제했다는 정부의 발표를 무조건 신뢰하고 싶지만, 철도 관련 예산은 긴급을 요하는 일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노후차량 교체, 기존선 복선화 또는 전철화, 선형개량 등 수요가 넘쳐나고 특히 안전과 관련된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부내륙철도 예산이 우리의 요청대로 연도별로 차곡차곡 배정되어 차질 없이 공사가 진행되리라 믿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생각이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나?
정부의 약속이기 때문에 반드시 2028년에 거제에 고속철도가 개통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무나도 안이한 판단이 될 수 도 있다. 정부의 약속이라고 마냥 믿을 수 없기에 고속철도가 지나는 구간의 여러 지자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중앙정부는 지자체들의 자제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벌써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찾아가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 지자체장도 있고, 중앙정부를 찾아가서 로비를 하는 지자체도 있다.
의령, 합천, 고령, 진주 뿐 아니라 경상남도 또한 KDI에 설계속도 향상과 복선화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남부내륙철도 부산신항 2단계에 맞춰 노선을 조정하는 안을 건의하는 실정이다. 이미 우리 거제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고속철도와 관련해 민간차원의 움직임이 있다.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바쁜 움직임과는 별개로 거제시가 거제발전의 관점, 지역 여론, 향후 미래 전략 방향 등과 어울린 역사의 위치와 노선 등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개진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거제시의 공식 입장은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민감한 사항이라, 시민적 동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다.
실기하면 안 된다. 거제시 빨리 입장 정해야
중요한 것은 다소간의 논란이 생기고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빠른 시일내에 거제시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있기 때문에 결정을 유보하고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집행부의 자세가 아니다. 자칫 실기하여 우리 거제시민의 뜻과 무관하게 비용과 편의성만을 감안해서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상황이 초래되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갈등은 ‘민주주의의 엔진’이라는 말이 있다. 갈등이 존재하고 첨예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더라도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것이다. 빠른 시일 내 갈등을 극복하고 지역의 의견을 조정하여 거제시의 입장을 하시라도 빨리 관계부처에 전달해야 한다. KDI 용역이 완료되고 국토부의 기본계획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자칫 실기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국제대회 유치와 고속철도
역대 고속철도 건설과 관련하여 충분한 수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먼저 해서 수요를 견인했던 단 2번의 사례가 있다. 2018년의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2년의 여수 엑스포였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원주-강릉선이 개최 불과 2달 전 개통되었고, 여수 엑스포를 위해 순천-여수선이 개최 전년도 10월에 개통되었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정부 발표대로 언젠가 건설되기는 하겠지만 해마다 예산을 꼬박꼬박 받아가며 정부재정사업으로 2028년에 완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 재정사업에 있어 경제성보다 더 우선한 의사결정 순위는 국제대회개최 외에는 없었다. 국제대회 유치는 낙후된 서부경남의 발전을 견인하고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등으로 지정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제를 비롯한 창원, 통영, 고성 등이 회생 가능한 묘책이 될 수 있다. 고속철도 건설과 지역경제 회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방에 잡을 수 있는 묘수가 국제대회 유치라는 것이다.
2027년 거제엑스포, 개최지 결정 2022년
거제와 여수는 닮은 꼴 도시이다. 인구뿐 아니라 반도의 끝자락에 붙어있는 지방도시이자 중공업도시이다. 여수처럼 국제대회를 개최해 고속철도를 거제에 올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2027년에 거제에 엑스포를 개최하는 일은 난대수목원 유치보다 더 쉬운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시민들의 서명을 받을 필요도 없고, 유치를 위해 재원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거제시가 2027년에 국제대회를 개최하기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공문으로 중앙정부에 하는 단순 행정절차가 전부이다. 거제시가 올해 안에 2027년에 거제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해 보겠다는 의사표시를 중앙정부에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기획재정부, 중앙정부의 몫이다. 거제시의 제안이 타당성이 있고 가능성이 있으면 중앙정부가 계속 진행할 것이고 타당성이 부족하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을 멈출 것이다. 개최지 결정은 2022년에 이루어진다.
시간이 많지 않다. 만일 거제시가 이런저런 핑계로 시도해보지도 않고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 버린다면 거센 시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지난 50여일의 시민설명회를 거치는 동안 수 천 명의 시민들이 엑스포 유치를 희망하며 지지서명을 했다. 이 분들의 열정과 열의를 거제시가 짓밟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거제시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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