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조선업, 국가의 외교·동맹 전략 강화 절실하다.

거제 조선업, 국가의 외교·동맹 전략 강화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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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거제시의원

최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입찰에서 모두 수주에 실패했다는 소식은 대한민국 조선업의 중심지인 거제시에도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한화오션은 사업성 등을 판단해 중도 포기했지만 국내 기업이 아닌 싱가포르 업체가 사업권을 확보한 이번 사례는 단순한 수주 실패만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우리 조선사들이 저가 중심의 입찰 구조와 불리한 외교 환경 속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국제 경쟁력, 더 나아가 지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낸 경고음이다.

거제시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은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국가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의 핵심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수많은 협력업체는 24만 시민의 삶을 떠받치는 지역경제의 근간이다. 조선업 경쟁력 상실은 곧 거제의 뿌리가 흔들리는 것이며 이는 산업 전반의 도미노식 위축과 일자리 감소, 인구 유출, 지역 상권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번 수주 실패가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방위산업 및 해군 MRO 시장은 연간 수십조 원 규모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적 신뢰와 동맹의 깊이가 수주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의 소극적인 외교 대응과 최저가 낙찰 위주의 경쟁 구조 속에 우리 기업이 무기력하게 밀리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거제 조선산업의 글로벌 진출의 길이 더욱 험난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업 부활’을 선언한 최근 일본 정부가 약 9조 4천억 원의 국비를 투입해 ‘국립 조선소’ 설립과 민간 위탁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는 큰 위기감을 준다. 이는 미·일의 강력한 외교·안보 파트너십과 과거 미 해군과의 협력 경험을 토대로 일본이 미 해군 MRO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굳건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방위산업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분명한 국가 전략이자, 선언에 그치지 않는 실질적 행동이다.

대한민국도 이제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산업 전략과 외교 전략이 따로 움직이는 구조 속에서 대외 수주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의 책임을 기업에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국가 차원의 전략과 외교 역량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수주 전쟁의 시대다. 조선업이 단순한 선박 제조를 넘어 방위산업과 해양 국방 정비 분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략적 지원과 역할 강화가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우려스러운 것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의 실질적 균열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무대에서 외교적 연대는 약화되고 안보 기반의 경제 전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실질적 협력은 사라지고 선언만 남은 동맹 속에서 우리의 조선산업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 파이낸스투데이 보도(’25.06.26.) 등 복수 언론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4월부터 한국 조선업계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는 수주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갈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한·미 간 외교 현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시장 진출은 점점 더 녹록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을 위해 수년간 대대적인 준비를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적 긴장에 따른 불확실성 앞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모든 전략의 기초는 결국 철통같은 한·미동맹 회복과 강화에 있다. 대한민국 조선업은 최근까지도 한·미동맹의 외연 위에서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최근 그 동맹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이제 산업의 근간까지 위협받는 긴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선언적 외교에서 벗어나 실질적 신뢰를 회복하는 전략적 외교 전환에 즉시 나서야 한다.

이번 미 해군 7함대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의 수주 실패를 단순한 경쟁력 부족이나 일회성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일본이 세계 해상 권역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조선업과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단지 하나의 수주 실패에 그치지 않고 조선산업 전체의 미래를 잃을 수 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조선업에 거듭 러브콜을 보냈다. 지난 4월에는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조선산업 현장을 찾았고, 이어 미국 주요 대학의 조선·해양공학 교수들로 구성된 조선·해양 전문가 그룹도 잇따라 방한했다. 또 최근에는 폴란드 대표 격인 나우타 조선소, 태국 해군 대표단 등이 K조선에 주목하며 거제의 한화오션을 직접 방문하는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조선업은 경제를 넘어 그 자체로 외교와 안보 전략의 핵심 축이다. 거제는 그 중심에 서 있으며 조선·해양·방산 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산업 경쟁력은 굳건한 동맹과 외교적 신뢰 위에서 유지될 수 있다.

조선업 강국 대한민국, 지금은 외교·안보·동맹의 방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결정적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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