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생 운동선수를 위한 과제③_사례 분석
2021년 도쿄 올림픽은 메달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가 변화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제는 메달의 색깔만으로 선수들의 땀방울이 평가되지 않는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선수 개개인의 스토리에 집중하는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MZ세대의 새로운 관전 문화는 ‘승리 지상주의’라는 한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긍정적인 변화로 읽힌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분명 있었다. 한국은 작년 도쿄 올림픽에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부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종합순위 10위 안에는 안착했지만 목표였던 금메달 10개에 하나가 모자랐다. 그 직전 대회였던 런던에서 금메달 13개로 종합순위 5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다소 아쉽다. 정몽규 한국선수단장은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직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영국과 일본이 약진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투자 지원책을 마련하고 과학적인 훈련 및 새로운 전략 도입, 우리 체질에 맞는 선택과 집중, 해외 사례 벤치마킹 등에 힘써야 한다.”
그의 말대로 런던에서 금메달 7개에 그쳤던 일본은 4년 뒤 리우에선 12개, 또 그다음 대회에서는 무려 27개 금메달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홈 어드벤티지도 있었겠지만 그보다 점진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당시 한국체육지도자연맹 이사장은 올림픽을 돌아보며 “도쿄올림픽 16위라는 성적은 엘리트 체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겼다. 일본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부진을 겪은 후 정부 차원에서 엘리트 체육을 양성했다. 엘리트 체육이 부진을 겪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야구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야구부 학교의 수가 4,000개가 넘고 우리나라는 80개 정도 된다. 고교야구 수 80개(한) vs 4,000개(일) / 프로야구 역사 40년(한) vs 80년(일), 절대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야구는 그간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대등하게 싸워왔다. 연장까지 갔던 ‘2009 WBC 결승전’과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은 여전히 야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한국야구는 2006 WBC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총출동한 미국을 상대로 깜짝 승리를 거두며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 2회 WBC 준우승을 차지하며 야구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2013 WBC 탈락을 시작으로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졌고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최근의 국제대회 부진은 아쉽지만 그간 고교야구부 100개도 안되는 한국이 4,000개 수준의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하며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엘리트 야구가 적절하게 뒷받침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흐름은 학생 운동선수의 학습권(=일반수업) 보장을 명목으로 엘리트 야구가 점차 해체되고 있어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45일까지 허용되었던 ‘출석 인정 결석 허용일’ 수가 30일로 줄어들더니 올해부터는 초ㆍ중ㆍ고 각각 0일ㆍ10일ㆍ20일까지 줄고, 내년부터는 중학생까지 허용일수가 완전히 사라지고 고등학생도 10일만 허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야구 사례를 통하여 전문체육인으로 성장할 학생 선수에 대해 살펴봤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다.
국제대회에서의 부진, 프로 스포츠의 질적 하락이 꾸준히 제기되는 요즈음, 이와 같은 흐름이 과연 적절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대는 변화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대회 성적은 현실이고 우리는 항상 그것을 기대하며 이 사실은 대한민국 뿐만도 아니고 운동이라는 분야에서만도 아니다.
잘하는 부분은 극대화하고, 고질적인 폐단은 바로잡을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하는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의 엘리트 체육 전체를 갈아엎는 현 정부의 방향은 지금까지 쌓아온 대한민국 체육의 위상을 크게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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