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곡만 매립 국가산단추진은 재고되어야 한다

[논평] 사곡만 매립 국가산단추진은 재고되어야 한다

김명재목포해양대교수(경영학박사)

신정부와 지역 정치인들이 주도하여 해양도시 거제의 관문 사곡만 매립으로 해양플랜트산업 조성을 위한 국가산단추진이 본격화 되는 분위기다. 본 프로젝트는 거제시와 거제해양플랜트국가산단(주)가 2013년부터 추진하였으나 조선업과 해양플랜트 산업의 불투명한 전망 및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대 여론 등에 부딪혀 추진이 보류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재개하여 강행함으로써 수면 하에 잠재된 지역민의 갈등을 새삼 조장하고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책으로 인식되는 여론 조성을 야기하고 있다. 근래에 급변하고 있는 지역의 여건을 감안할 때 이 계획이 전면 재고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며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형 국책 프로젝트와 주변 산업체들의 연계성이 결여되어 있다.

근년에 들어 추진되고 있는 대형 국책들 중 지역과 연계된 두드러진 프로젝트로서 2017년 말 개통 예정인 남부내륙 KTX 사업과 빠르면 2030년 개항을 목적으로 한 가덕도 신공항이다. 이 두 대형 사업은 국가의 인적·물적 물류망의 획기적인 변화를 도모함으로써 지역과 더불어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함이다. 이 계획에는 KTX 역사가 문제의 사등만에 들어서고 철도역사에서 가덕도 신공항까지 연결되는 전용 도로망 개설도 예정되어 있다.

더구나 부산 신항만은 진해만으로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 지역은 거제의 장목·하청면을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글로벌 항만 물류인프라이다. 장목·하청은 가덕도 신공항의 반경 28km 범위 내에 위치하고 있어 국제물류, 비즈니스, 해양관광 등의 물류거점 배후 에어시티로서 지정되도록 공항건설계획에 반영되어 있으며 거제·마산 간 국도 5호선과도 연계되어 있다. 즉, 부산신항과 가덕도 신공항 및 KTX 역사 등 주변 입지의 개발계획과 연계된 종합물류기능을 감안한 지역개발의 계획이 면밀히 수립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산업단지 조성도 상기와 같은 국책 사업들과 연계된 토대 위에서 고려되어야 하고, 산업제조과정에서 사용될 국·내외의 부품조달과 완제품의 운송·배송 등의 측면에서도 새롭게 조성될 물류인프라와 긴밀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사곡만은 대우, 삼성, 현대 등의 대형 조선소들과 부산 녹산지구 조선기자재 산단 등의 근접성 및 이동거리의 공간적 측면에서도 지리적 효용성이 떨어져 있으므로 이러한 제반 여건을 감안한 새로운 부지선정 검토가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 해양플랜트산업은 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이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2008년 미국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오일을 중심으로 화석연료 값의 급등으로 심해의 바다에 매장된 원유를 채취하기 위해 주목된 분야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등 여러 선진국에서 경제적인 ‘쉘가스(shale gas)’ 채취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사양화되고 있는 산업이며,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탄소중립의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산업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현실에서는 그 효용가치가 점차 퇴화될 수밖에 없는 산업으로 간주되고 있다.

하동군 갈사만의 해양플랜트 조선산업단지 조성실패는 좋은 사례가 된다. 2008년 갈사만 조선산업단지는 국도비 및 민자 등 총 약 1조5천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해양플랜트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단지로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하였으나 실패로 귀결되었으며, 이에 따라 주최 측인 하동군은 약 7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당시 투자에 참여한 대우조선해양 등에 지불하고 과실 책임 여부에 대한 지루한 법정싸움을 진행하는 행정력 낭비를 초래한 바 있다. 사곡만의 경우도 이와 같은 전철을 받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정책실행의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미래세대를 위한 해양환경보호와 관광자원의 보존은 기성세대의 의무이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중심이 되는 화두는 친환경 탄소중립정책이다. 탄소중립은 산업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과 자연흡수량을 동일하게 만들어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가속화되고 있는 기후온난화를 방지하고 환경을 잘 보존하여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건강한 생태계의 지구를 물러주기 위함이다. 탄소중립은 산업과 지구촌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강요되고 있으며 인간이 필요로 하는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개발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

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사곡만에는 지구상의 멸종위기종과 해양보호종, 희귀식물 등 50여종에 가까운 법정보호종과 1,4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은 파괴되면 원상태의 회복이 불가능하며 인류의 재앙의 근원으로 작용하게 된다. 근년에 들어 약 3년간 창궐한 코로나와 오미크론 등의 감염병도 결국 지구환경파괴로 인한 기후변화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하여 현재 한국을 포함하여 친환경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는 120여개가 넘고 있고 기업들이나 정부에서도 탈 탄소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에 막대한 예산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거제는 남해안의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와 산이 첩첩이 잘 어우러져 있는 천혜의 해양자원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육지와도 가까워 접근성이 매우 용이하며 KTX와 신공항 등의 교통 인프라가 갖추어 지는 시점에서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점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KTX 역사가 위치하는 사곡만에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가 아닌 삭막한 산업의 생산현장이 제일 먼저 보인다면 이를 마주하는 관광객들의 첫인상은 좋은 이미지로만 각인되지 않을 것이다.

정책은 과거와 현재에 축적된 모순을 극복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며 미래의 더 나은 발전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와 같은 정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는 대·내외의 여건변화와 전체적인 효용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곡만 매립의 효용은 산단조성으로 얻어지는 경제적인 수익이며, 비용은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와 관광자원고갈, 그리고 미래 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지속발전저해 행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선진복지국가 정책에 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고향을 사랑하는 향인의 한 사람으로 이와 같은 여러 요인들이 잘 검토되어 수정·보완 되는 정책이 수립되고 지역의 건전한 발전이 조성되기를 희망해 본다.

거제뉴스와이드 (geojenewswi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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