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제시와 현대산업개발과의 악연(?)
지난 11일 광주에서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현대산업개발이 공사 중인 광주시 서구 화정동 ‘화정 아이파크’ 39층 건물의 23∼38층이 붕괴하여 근로자 6명 실종, 1명이 크게 다친 뉴스였다. 지난해 6월에도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사업’ 5층 건물 철거 공사 중에 붕괴사고를 일으켜 시민 9명 사망, 8명 중상의 사고를 낸 업체도 같은 업체였다.
연이은 사고로 광주시민의 여론은 현대산업개발을 광주에서 완전히 몰아내자는 수준이 되었다. 광주시도 현대산업개발을 공공 부문에서 사실상 ‘퇴출’ 시키는 강경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광주시는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3곳의 건설 현장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과 더불어 ‘건축물 안전진단’을 요구하고, 기존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HDC 현대산업개발은 1976년 압구정 현대아파트 건설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아파트 문화를 선도한 건설 명가였다. 그리고 고속도로, 항만, 교량 건설과 같은 토목 분야와 발전소 건설 등의 플랜트 산업 분야에서도 국내외 굵직한 공사실적을 가진 경쟁력 있는 기업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건설과 토목 분야에서 현대산업개발의 기업윤리와 신뢰성은 문제의 기업으로 자주 지적됐다. 우리 거제시와의 악연도 여러 가지다. 지난 2005년에서 2008년까지 진행된 거제시 하수관거정비공사에서 공사하지 않은 구간을 시공한 것처럼 속여 공사대금 44억 7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건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양정동 현대아이파크 초과이익 환수 문제에서도 시행사인 평산건설이 일차적 책임이지만,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도 도의적 책임을 비껴가기 어렵다는 의구심이 있다. 게다가 ‘곰팡이 아파트’란 비아냥은 소위 브랜드 아파트에 어울리지 않는 불명예이기도 하다.
또, 양정동 현대아이파크 2차 건설 당시, 농림지에 아파트 건설을 허가함으로 그 특혜에 따른 개발 이익금 142억 원을 환수해 도로나 주변의 도시 기반시설을 만드는 협약을 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이를 거제시민들은 ‘현대산업개발 먹튀 사건’이라 부른다.
사실 우리나라 건설업은 여전히 문제가 많다. 2020년 12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실시한 건설업 종사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설업 이미지 조사 결과, 응답자(220명)의 89.0%가 우리나라 건설업을 “부정부패, 뇌물, 3D산업 등” 비윤리적이고 부정적인 산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담보된 건설업의 부정부패, 뇌물에 대해서는 건설회사의 존망을 걸어야 할 만큼 무관용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건설업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지난 1993년 일본 건설협회 회장이자 당시 일본 제1의 건설회사인 시미즈건설의 ‘요시노 테루조’ 회장을 고작 1천만 엔(당시 환율로 원화 7,700만 원) 뇌물 공여 혐의로 전격 구속했다. 우리나라였으면 담당 실무자가 총대를 메고 말 일이었다. 당시 일본 건설업계의 충격은 대단했다. 이런 조치들이 현대 일본 건설의 정직과 성실 시공이란 전통의 밑바탕이 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조만간 재개되어야 할 거제 해양플랜트 국가산단의 우선협상대상자이기도 하다. 현대산업개발은 불운이고 불행한 이번 ‘광주시 화정동’ 사건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차제에 기업윤리와 문화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리 거제시도 건설업과 관련된 과거의 수많은 구설과 의혹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건설업 종사자와 관련 공무원들은 건설업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산업이란 점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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