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의(敬意)를 표한다

[기고]경의(敬意)를 표한다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장

지난 3월 25일, 직접고용과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을 해왔던 대우조선 청원경찰 노동자들이 대우조선해양과 조건부 입사에 합의했다. 2019년 4월 1일 해고된 뒤 무려 2년이 넘게 이어져 오던 힘든 투쟁을 마무리한 것이다.

대우조선 청원경찰의 복직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던 사건이라 할 것이다. 올해 2월 3일, 대전지방법원은 ‘청원경찰법의 취지에 맞는 판결을 하겠다.’라고 판단했으며, ‘형식이 아닌 실질을 따졌을 때 대우조선해양과 청원경찰 사이에 묵시적 고용 관계가 성립된다.’라고 판결문을 통해 밝혔다. 약자의 편에서 대한민국에 법과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 청원경찰법에는 청원경찰은 청원주가 임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시행규칙은 청원경찰의 봉급과 각종 수당은 청원주가 청원경찰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청원경찰 노동자가 ㈜웰리브와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형식일 뿐 실제로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임용과정을 통해 청원주인 대우조선해양과의 근로계약이 체결한 것이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청원경찰을 법에 따라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상은 녹녹하지 않았다. 국정감사에서조차 ‘청원경찰을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는 것은 법상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당시 경찰청장이 밝혔지만, 관행적으로 간접고용이 이루어져 왔고 그만큼 불법적인 일들이 넘쳐났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번 대우조선 청원경찰의 복직은 무너져가고 있던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 세우고 관행적으로 무시되었던 법 제정의 취지에 맞는 결과가 이루어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둘째로는 모든 이해 당사자들을 모두 다 승자로 만든 쾌거였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청원경찰의 복직과 관련하여 거제 지역의 많은 분이 열심히 노력했다. 서일준 국회의원과 변광용 시장, 옥영문 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시의원들 그리고 대우조선 불공정매각반대 범시민대책위 또한 복직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었다. 특히 거제시의회는 김용운 의원 대표발의로 '대우조선해양 청원경찰 직접고용 및 원직복직 이행 촉구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이전 어떤 현안보다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도 대우조선 측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부당해고 구제 재판의 최종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노사합의를 통해 원직복직을 결정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통상적인 대기업 노동자 해고 관련 사안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재판의 결과는 어떤 식이든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간접고용 형태의 계약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이번 대우조선 측의 결정은 파격적이었다. 대우조선 측은 그저 인도적 차원의 조건부 입사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대우조선 측이 ‘법대로 하자’며 대법원까지 재판을 끌고 갔었다면 앞으로 얼마의 시간을 더 거리에서 지새워야 할지 가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대우조선 측은 ‘간접고용에 따른 책임회피’라는 기존 관행을 혁파해야 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깜짝 놀랄만한 결정으로 이해 관계자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쾌거를 보여주었다. 아직 미완의 합의이지만 청원경찰법에 따라 ‘청원주 대우조선해양이 청원경찰을 직접고용하는 핵심 사안’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결정은 실로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이번 복직은 대우조선과 거제시민들은 ‘2인 3각 경기의 당사자’라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준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법원의 판결 이후 노동자들은 노숙 투쟁에 들어갔다. 대표자들은 삭발하고 단식에 돌입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다. 지난 2년 동안 매일같이 출퇴근 시간에 집회하며, 3km 도로 위에서 삼보일배하기도 했다. 신체적,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은 이루 말로 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을 옆에서 지켜보던 거제시의 각 정당과 시민 사회단체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부당해고 철회와 직접고용, 원직복직을 촉구했고 많은 시민 또한 한목소리로 이들의 복직을 바랐다. 모두가 대우조선해양의 불공정매각을 반대하고 회사를 지키자고 한목소리로 외쳤던 시민들이다. 대우조선해양과 거제시민들은 ‘대우조선 불공정 매각반대’라는 지난하고 힘든 2인 3각 경기를 함께 하는 파트너로서 힘들고 어려움에 고통받는 26명의 노동자를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본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이제 대우조선 청원경찰 노동자들의 완전 복직을 이루기 위한 2가지 방안이 남아있다. 하나는 재판에서 최종 승소해 대우조선해양이 청원경찰의 법적 사용자가 되어 직접 고용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원경찰법이 통과되어 청원경찰의 직접고용을 명문화해 논란의 불씨를 아예 근원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현재 청원경찰법에는 직접고용이 명문화돼 있지 않고, 임금 체계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원만한 관계가 기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은 과제가 언제 어떻게 마무리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난 2년여 세월 동안 풍찬노숙을 견디며 용기를 잃지 않고 정의를 실현한 자랑스러운 26명의 거제시민, 우리 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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