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위한 제언
대우조선해양(주)의 새 주인 찾기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달 14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현대중공업 계열 한국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승인을 거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년간 대우조선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지역 시민단체 등 대우조선 매각 반대 목소리를 내온 입장에서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
그동안 대우조선 임직원과 시민 여론을 무시한 채 불공정?졸속 매각, 헐값?특혜 매각 등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던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대우조선해양(주)의 정상화를 위한 제언을 드린다.
첫째. 자금난 해소를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강력히 반대한다.
수년 전부터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매각을 위해 경영관리단을 파견,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임금은 7년째 동결됐고, 10년 전보다 평균 임금이 줄기까지 했다. 또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천 명의 직원이 삶의 터전까지 잃었다.
대우조선이 어려워진 이유는 분명하다. 경영진의 무능력과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바닥난 운영자금 확보를 핑계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살인 행위나 다름없다.
둘째. 새 주인 찾기, 서둘 때가 아니다.
유럽연합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플랜A부터 D까지 고민 중이라 밝혔다.
인수 협상 대상자로 한화, 효성, 포스코 등이 거론된다. 매각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는데 부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에서 발생한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특히 현 정부의 임기도 몇 개월 남지 않았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만한 시간도 능력도 없다. 대우조선 매각 문제를 차기 정부에 넘겨야 할 이유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히 접근해야 불확실성으로 인한 신임도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셋째. 정부 및 자치단체는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라.
세계적인 조선산업 시황 분석 회사인 ‘클락슨리서치’는 향후 10년간 조선업이 호황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해부터 새해 벽두까지 수주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감이 늘어나는 만큼 일손이 필요하다.
올 한해 삼성, 대우 두 회사에서 모집해야 할 직원만 해도 1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술인력 확보에 적색신호가 켜진 상태다. 불황 때 빠져나간 사람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호황과 불황이 특정 주기로 반복되는 조선업 특성상 안정적 일자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리고 노동 강도에 비해 저임금 구조인 것도 큰 이유다. 노동집약산업 종사자들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문다. 잔업, 특근 없이는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 거제시 또한 인력확보 문제를 기업의 몫으로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시 예산으로 떠난 사람이 돌아올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민등록 인구가 늘면 소득세, 교부금 등 지방세수도 증가한다. 고정관념에 빠져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선소가 살아야 거제가 산다.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 저작권자 ⓒ 거제뉴스와이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