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거제의 미래를 말하다

가덕신공항, 거제의 미래를 말하다

기획연재⑤ 가덕도신공항과 거제 관광의 국제화
김두호 거제시의원

마지막 발제자인 엄태우 건축사는 ‘거제 관광의 국제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엄 건축사는 “예전 부산 해안선의 아름다움은 지금 거제에 못지않았으나 경제개발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본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반면 거제는 아직도 70~80% 정도 아름다운 해안선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운을 띄었다.

그러면서 가덕신공항이라는 변화에 발맞춰 거제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삼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의 도약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건축사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이 개통 활성화되는 시기를 10년 후로 잡더라도 거제관광산업의 국제화를 준비하는 기간이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다. 관련 종합계획 수립 뿐 아니라 개발지구의 선정, 개발 주체와 방식 등 이해충돌의 여러 여지가 있고, 이 과정이 원활하지 못하면 주민의 협조를 얻지 못해 결국 실패하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일반인들의 국외여행이 일상화됨에 따라 관광의 기호가 더욱 차별화되고, 다양해졌다면서 현재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들을 타산지석으로 활용해 거제만의 성공적인 개발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건축사는 거제시가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벤치마킹 할 만 한 몇 가지 해외 사례들을 소개했다.

먼저, 여러 해에 걸쳐 전 세계 관광지 1위에 올랐던 이탈리아의 ‘친퀘테레’ 마을을 예로 들었다. 친퀘테레는 세계 1위의 관광지라는 명성과는 다르게 옛날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왜 이런 소박한 마을이 세계 1위의 관광지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정작 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은 절벽에 세워진 아기자기한 집들과 아름다운 해변이 어우러진 그림같은 풍경에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친퀘테레의 기존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마을의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그 흔한 도로도 만들지 않는 등 현재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무리한 개발 없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잘 보존한 덕분에 오히려 세계 1위의 관광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마르밸라’라는 해안마을도 마찬가지다.

마르밸라는 인구 수 천명의 작은 어촌으로 관광시설이 전무하지만, 여름이 되면 사우디 왕가에서 마을 전체를 전세내고 몇 달을 머물며, 숙박업소 종업원들에게 하루 수백 달러의 팁을 뿌려 화제가 됐다. 마르밸라의 주민들은 어떤 전문가의 손길도 거치지 않고 집 앞 골목길을 스스로 꾸미고, 맨홀 뚜껑 하나도 직접 보수한다. 마을의 소박한 분위기와 주민들의 순수함이 세계 최고의 부자들을 매료시킨 것이다.

스페인에 위치한 또 하나의 마을 ‘푸에르토 바누스’는 요트와 휴양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항구도시다. 스페인의 독재자였던 프랑코 장군의 측근 바누스는 마르벨라 인근에 부자들을 위한 마리나 항구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당연히 도시계획가와 건축가들은 최첨단의 현대적 고층 건물 개발 계획안을 내밀었지만 바누스는 이를 모두 거절하고, 지중해 전통을 계승한 저층 계획을 요구했다. 실제로 이 마을을 보면 부자들을 위한 최고급 마리나 항구처럼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루이비통, 메르세데스 벤츠 등 명품 가게들이 입점해 있으며, 세계적인 스타와 대부호들의 요트와 별장이 즐비해 휴가철이 되면 전 세계 유명인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엄 건축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두바이 같은 곳은 거제 관광산업의 롤모델로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 도시는 거제에 비해 수 백 배가 넘는 재원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거제는 이들을 훨씬 뛰어넘는 좋은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건 등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제가 국제적 관광도시로의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도시모델을 찾아 이를 적절히 인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제시가 참고할 만한 모델로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세인트어거스틴과 캐나다 스티브 스톤의 사례를 제시했다.

세인트어거스틴은 스페인 요새와 프레글러 호텔, 그리고 이 두 곳을 연결하는 센트 조지 스트리트의 세 군데 관광 명소를 가진 도시다.

관광객들은 호텔에 묵으면서 조지 스트리트를 걸어 요새를 보러 가는데, 여기에는 세계 최고로 맛있는 유명식당들이 성업하고 있어 관광의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세인트어거스틴에는 관광 명소보다 오히려 이 골목의 맛집 방문을 목적으로 온 여행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조지 스트리트는 폭과 길이가 좁아 옛 식민지 건축물 외에는 지을 수 없는데도 19세기 모습 그대로를 보존한 덕분에 더욱 운치 있고 소박한 멋을 연출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큰 어시장이 있는 스티브스톤은 연어가 돌아오는 강 하구에 조성된 어항이다. 이곳은 연어라는 상품을 특화한 통조림 가공공장을 통해 연어가 통조림으로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전시하고, 캐나다 서부시대부터 있던 전통 목조 건물을 그대로 재현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근 식당의 연어 맛은 최고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관광객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엄태우 건축사는 위에 열거한 세계적인 사례들이 곧 ‘21세기 관광의 트랜드’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이 예전 20세기 관광이라면 현재의 좋은 관광지는 찾아온 관광객이 특별히 가볼 데도 없고, 서둘러 움직이지 않아도 힐링이 가능한 그런 기반들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거제 외포의 대구 축제에 갈 때마다 스티브 스톤의 어항이 생각난다”면서 “연어라는 하나의 상품으로 스티브 스톤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듯이 거제도 자연을 보존하되 그만의 독특함을 살리는 방안을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외포 대구축제를 일년 내내 열 수 있고, 해외 관광객의 발길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다”고 사기를 북돋았다.

그러면서 “거제 주민들 손으로 어떻게 하면 저런 마을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스스로 마을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관광도시로 나아가는 지름길이자,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의 협조는 개발을 성공으로 이끄는 필수요소”라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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