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제 보수, 재건이 아니라 혁신이다”
최근 거제 6.3 지방 선거 결과를 두고 지역 보수 진영에서는 보수재건의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재건이라는 표현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건보다는 ‘혁신’이라는 표현이 현 상황과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용어 선택에 신중한 이유는 하나이다. 용어가 개념을 정리하고 개념은 현상을 담아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 선거 결과는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충격적이지만, 보수가 궤멸 되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 당사자로 출마하였고 선거 현장에서 지지자들의 열망과 울분을 직접 체험하였기에, 이번 결과를 바라보는 현실과 문제의식을 말할 자격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 붕괴를 전제한다면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정당 지지율의 현저한 하락, 둘째, 당원 등 주요 인사들의 현저한 진영이동, 셋째 시민 표심의 뚜렷한 이탈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보면 그러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먼저, 선거 결과를 보자. 편의상 후보자 중심으로 민주당, 국민의힘 총계로만 분석하였다. 시장득표율은 민주당 61%, 국민의힘 39%, 도의원은 민주당 55.9%, 국민의힘 44.1%, 시의원은 민주당 59.7%, 국민의힘 40.4%로, 개략적으로 6:4 구조이다. 득표율은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와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과거 선거 지형 5:5 대비 10%의 격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는 차치하고 필자는 나를 포함한 후보들 개개인의 역량 문제와 선거 지형과 전략의 불일치에서 우선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 원인으로는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선거와 달리 이념보다 실리에 따라 투표하는 지방 선거의 특성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특히 거제와 같은 지방 도시의 선거는 도시보다 심할 것이다. 중간의 10%는 판세가 우세한 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거제의 직전 재선거 특수성과 맞물리며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은 거제시장 재선거가 있었다. 통념상 짧은 임기의 재선거 당선은 다음 선거 후보자 내정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즉, 민주당 시장 후보는 1년 2개월을 체계적으로 준비하였고, 국민의힘 후보는 3개월을 어렵게 준비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미리 내정된 시장 후보 중심으로 도의원, 시의원 후보가 조직화 되었지만, 국민의힘은 그렇지 못했다. 2025년 재선거가 치러졌던 거제시• 아산시•구로구청은 민주당 후보가, 김천시는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재당선된 것은 결코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같은 정당 후보가 연이어 승리한 현상은 선거 준비 기간과 조직력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번 선거에서 제일 안타까운 점은 거제의 직전 선거 특수성이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시장 후보자가 미리 정해지고 그를 중심으로 도의원, 시의원 후보가 미리 조직화 되었다면 선거 결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예견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보수의 정신을 지지하는 사람이다. 거제에서 보수 진영이 이번 선거 결과에 착시의 패배감에 매몰되지 않고 굳건하게 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거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도 건재한 보수는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보수 진영의 혁신은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생각한다.
실패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사항을 낳으면서 발전하기 마련이다. 낡은 지도로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지 못한다.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도 없다. 보수혁신을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조직 체계, 새로운 선거관리 시스템, 새로운 정당 문화도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이번 선거 현장에서 보수에 대한 열망을 보았다. MZ세대의 분출하는 실용 보수에 대한 열망, 40대 50대의 합리적 보수, 60대 이상에서의 강한 보수에 대한 간절함도 함께 보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MZ세대와 기존 세대를 아우르는 보수의 혁신을 위해 어떤 그릇을 만들 것인지가 지금 거제 보수 진영에 던져진 핵심과제다. 즉, 거제 보수는 재건이 아니라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시점이다.
혁신은 보수의 가치를 시대정신에 맞게 큰 틀을 다시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과거의 승리를 복원하는 구호가 아니라, 미래의 승리를 설계하는 혁신의 실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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