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이들 곁에서 찾은 나의 ‘다음 걸음’
정치를 떠올릴 때마다 내 마음속엔 오랜 세월 자리한 문장이 있다.
“내가 믿는 것과 믿지 않는 것을 내려놓을 때 가장 강한 힘을 가지게 된다.”
확신보다 시민을, 진영보다 현장을 중심에 두는 정치가 이 문장 속에 담겨 있다. 나는 이 철학을 책이 아닌 거제의 아이들과 함께한 현장에서 배우게 되었다.
옆집 언니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지역아동센터를 찾았던 날, 아이들의 환한 미소는 내 삶을 완전히 바꾸었다. 시험에 합격해 환하게 웃던 아이, 도전 앞에서 떨리는 모습을 보였던 아이, 그리고 작은 손길 하나에 용기를 얻었다며 달려오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사람이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내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밝은 얼굴 뒤에는 씁쓸한 현실이 숨어 있었다.
친구들에게 “거지들이 가는 곳”이라고 조롱받아 울먹이던 아이, 학교에서 위축된 표정으로 배회하던 아이를 보며 나는 복지 사각지대의 민낯을 마주했다. 이듬해에는 다문화 아동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상처 깊은 말을 견디는 모습을 보았다. 의사소통 문제로 오해받는 이주배경 아동, 가정폭력의 상처로 자해까지 이어진 아이, 무기력 속에 꿈을 포기하는 아이들…. 나는 매일같이 스스로에게 물었다.
“과연 지금의 구조로 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학교 강의를 하며 또 다른 충격을 받았다. “이 시기에는 그럴 수 있어”라는 사회의 익숙한 말들 뒤에는, 도움을 간절히 기다리며 홀로 버티는 청소년들이 있었다. 관심 어린 눈빛 하나에 표정이 달라지고, 작은 간식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게 큰 울림이 되었다.
그때 나는 거제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책이 닿는 관심’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다.
장애인복지관으로 옮긴 뒤에는 더 복잡한 문제들이 보였다.
장애라는 이유로 기회를 의심받고, 직업훈련조차 제한되는 현실을 보며 나는 자료를 찾아 공부하고, 훈련방법을 연구하며 업체 관계자들과 끈질기게 소통하였다. 그 결과 함께 훈련한 모든 이용자가 취업에 성공했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그날의 환한 얼굴들은 내 인생의 큰 자부심이 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벽은 여전히 존재했다. 심리적 상처를 표현하지 못하는 장애인, 사각지대에 놓인 가족, 지원받아야 할 아이들이 제도의 경계 밖에 머무는 현실. 정책과 기관, 보호자와 전문가의 입장이 충돌할 때마다 나는 깊은 무기력감을 느꼈다. 현장에서 아무리 뛰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앞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낼 사람은 누구인가?”
그 질문은 결국 나를 정치로 이끌었다. 누군가는 아이들의 눈물과 부모의 한숨을 제도 변화로 이어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거제의 현안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선의가 아니라 정책적 결단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현장에서만 머물 수 없었다.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를 정책으로 옮기고, 거제의 청소년·다문화·장애·가족 모두가 “나도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나는 정치라는 길을 선택 하고자 한다.
김미영
전)거제시 학생상담 자원봉사자 부회장 역임
전)거제시 YWCA성폭력상담소 자원활동강사
전)거제시 청소년상담 복지센터 상담지도자
전)진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 ASIST 이수(실용적 자살 중재 기술)
전)거제시 지역아동센터 아동복지 교사 근무
전)거제시 다함께 돌봄센터 돌봄 교사 근무
전)거제시 장애인 복지관 직업재활 전문인력
전)경상국립대학교 학생상담센터 객원상담사
전)거제시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다문화위원장
전)거제시 장애인복지관 심리재활치료사
현)거제시 1388청소년지원단 상담 멘토
현)거제시 아주동 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저작권자 ⓒ 거제뉴스와이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