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이파크 2차 개발이익금 142억원, 안 받나 못 받나
최근에 KBS가 거제 수양동 ‘아이파크 2차 개발이익금 환수 문제’를 연속해서 기획 보도하고 있다. 언론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는 결국 거제시의 ‘셀프 경찰 조사 의뢰’로 이어졌다. 앞으로 경과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사건의 파장은 결코 작지 않을 것 같다.
이 사업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300만 원대 아파트 공급’이라는 선의의 목적과 사업 시행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진행되었다. 취지와 달리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업이 시작되었으나 개발 이익금 정산을 둘러싼 잡음들로 인해 마침내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거제정책연구소(소장 김범준)는 이미 기고와 유튜브 방송(거제 김범준 TV) 등을 통해 수양동 아이파크 2차 개발이익금 환수 문제와 관련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혹이 제기되는 여러 사안에 대한 거제시의 적극적인 해명과 재조사를 촉구해왔다. 농림지를 용도 변경해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는 데 따른 특혜논란과 아파트 사업승인 과정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행정절차, 사업정산의 핵심 사항인 CM(전문 건설 관리업체)조항 삭제, 공사비를 둘러싼 잡음 등 여러 가지 의혹은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규명되어야 할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자칫 묻질 뻔했던 이러한 의혹들이 시행사 내부다툼에 의한 검찰 고발로 세간에 드러나지 않았다면, 거제시민들은 특정 업체에 엄청난 특혜를 주고도 개발이익금 환수는커녕 오히려 시민 세금으로 도로를 개설해 주는 등 업체의 분양 편의를 제공한 황당한 거제시 행정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역 모 언론사의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박형국 시의원의 시정질의, 시의회 차원의 특위 구성 등 꺼지지 않은 불씨 덕택에 KBS의 기획방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점이다.
그 결과, 당초에는 ‘박형국 시의원의 개인 의견이나 특정 언론의 일방적인 문제제기’로 폄훼하고 대꾸조차 하지 않았던 거제시가 스스로 경찰 조사를 의뢰하는 방향으로 전개된 것은 지역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문제 제기를 ‘소귀에 경 읽기’ 하듯 대했던 거제시 행정에 ‘일대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받게 될 것이라 믿는다.
핵심 문제의 발단과 전개
최조 이 사업은 전임 권민호 시장의 공약사업이었다. 농림지역 산이 대부분이었던 부지에 천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시행사가 ‘총매출액의 10%만 시행사의 이익금’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초과분은 거제시에 공익사업을 위해 기부채납’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준공 6개월 전까지 진입도로를 완공하는 조건이었으나, 도로는 아직도 공사 중이거나 착공도 못 했고 여전히 아주터널 입구의 소음문제로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최근에는 하자보수 문제로 입주민들이 단체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의 핵심인 개발이익금 정산과 관련, 지난 2016년 경상남도의 거제시 감사를 통해 수양동 아이파크 2차 아파트 개발이익 환수금으로 142억 원을 추징 징수토록 지적받았으나 당시에는 ‘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환수되지 않았었다.
그 후 2018년 변광룡 시장이 취임하기 직전, 당시의 시장권한대행이 무슨 까닭에서인지 전격적으로 사업의 가장 핵심 조항인 CM(전문건설 관리업체)의 이익금 정산검증 조항을 삭제한다. 그뿐 아니라 거제시가 공사비 일부와 보상비 전액을 책임지기로 한 진입로 개설을 2020년 말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변경협약까지 전격 체결함으로써 그 결과 개발이익금 환수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게 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되게 된다.
또, 아니라 변시장 취임 직후, 민원해결을 위해 지역 시의원과 입주예정자들의 시장 면담 과정에서 분양조건이었던 도로문제 및 소음문제에 대한 해결 후 아파트 사업승인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민원인들의 요구에 변시장이 직접 문제해결 후 승인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면담 다음날 예고도 없이 준공허가를 내어주는 황당한 상황도 이어지게 된다. 여전히 그런 결정의 배경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인·허가의 문제인가? 정산과정의 문제인가?
상식적으로 아파트 건설 허가가 불가능한 농림지를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땅으로 용도변경을 하게 되면 특혜시비가 생기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이런 개발방식에는 통상적으로 엄청난 개발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정 개발이익을 환수해서 도로나 도시 기반시설을 만드는 협약절차가 지자체와 사업자 간에 종종 발생한다.
수양동 아이파크 2차도 그렇게 거제시와 사업주가 협약했고, 경상남도의 감사를 통해 개발이익 142억 원을 환수하지 않은 관리소홀을 지적받았다. 그런데도 사업정산 후 몇 년이나 흐른 지금 거제시가 개발이익금을 한 푼도 환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수양동 아이파크 2차는 거제시가 아파트 진입로를 만들기 위해 지방채까지 발행해 가면서 진행했던 전임 권시장의 핵심 공약사업이었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300만 원대 아파트 공급이라는 선의의 목적과 사업 시행자들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사업이었다. 제대로 관리만 이루어지고 협약과 의견서 등의 문서에 정리된 절차만 잘 이행되었다면 시대를 앞선 멋진 사업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2016년도에 경상남도의 감사 지적사항도 거제시가 개발이익 정산절차를 소홀히 하여 개발이익금 142억 원 환수를 안 하는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당시 사업이 종료되지 않아 개발이익금 환수가 불가능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2018년 사업이 종료된 후에는 지적사항대로 빠르게 이익금 환수를 진행하였어야 했다.
2019년도 경상남도의 감사 당시에는 이미 사업은 종료가 된 시점이었다. 시행업체와 거제시가 맺은 협약서에 의하면 사업 종료 시기, 개발 이익금 정산절차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거제시는 ‘사업비의 엄청난 증액으로 한 푼도 개발이익금을 줄 수 없다는 시행사 측의 입장’을 그대로 경상남도에 전달하며 사업을 종료시키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결국, 2019년 9월 내부 결제과정을 거쳐 종결 처리하였다.
만약 사업시행사 내부의 다툼에 따른 형사고발 사건이 생기지 않았다면 거제시는 시행사에게 개발이익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채 그대로 종결 처리되었을 것이다. 업무상 배임 횡령 사건으로 부산지검에 고발된 사건의 내용은 시행사가 아이파크 2차 아파트 공사와 관련해서 공사비를 엄청나게 부풀려서 배임·횡령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으로 지역 언론과 거제시 의원들이 거제시에 문제를 제기했고 토지보상비, 학교용지분담금 등 각종 공사비가 허위로 부풀린 것이 세간에 알려진다. 그럼에도 박형국 시의원의 문제 제기에 대해 변광용 시장은 ‘박형국 시의원 개인 의견, 명백한 증거가 있다면 재조사하겠다, 현재로서는 개발이익 환수의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 법원이나 검찰 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나오면 그때 우리가 재조사해보겠다’라며 조사 자체를 거부하려 했다.
제기되는 의혹 3가지
KBS의 기획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상황이 좋지 않게 전개되자, 급기야 거제시는 여론에 떠밀려 경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결과는 경찰의 조사결과를 살펴봐야 되겠지만, 몇 가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안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첫 번째는 거제시와 시행사의 협약서 재체결 부분이다. 변 시장 취임 직전 기존 협약서를 변경하면서 재체결할 때 가장 중요한 정산절차 조항이 삭제된다. CM(전문 건설관리업체)에 정산을 위탁하여 정산해야 한다는 조항을 당시 시장권한대행이었던 부시장이 삭제한다. 조항을 삭제한 시점이 변광룡 거제시장 취임 직전이다. 상식적으로 시장이 선출되면 선출된 시장이 취임 후 여러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게끔 권한대행은 이런저런 결정을 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무슨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는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일을 자신이 처리라고 사라졌다.
두 번째로 거제시가 협약서 상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협약서 내용에 개발이익 정산과 관련한 수익 산정 방법, 부담금 처리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음에도 이 정산 방식에 따른 재조사 요구에 거제시는 부정적이었다. 협약서 내용에 거제시가 재조사를 요청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분명하게 나와 있음에도 그저 사업을 종결 처리하기에 급급한 모습들을 보인 것이다.
세 번째로 아파트 준공 후 사용승인과 관련한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입주 6개월 전까지 진입도로 및 통학로 개설이 되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입주예정자들의 소음 대책 등 민원 해결 전 준공허가 반대 목소리에 당시 변시장은 ‘소음 측정을 새로 해가지고 적합하면 준공허가 내주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그다음 날 소음 재측정도 없이 바로 사용승인을 해주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이처럼 제기되는 여러 의혹이 이번 경찰 조사와 시의회의 특위활동을 통해 말끔하게 해소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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