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豚)은 나의 인생, ‘꿀꿀이 농장’ 사장 김형곤

돈(豚)은 나의 인생, ‘꿀꿀이 농장’ 사장 김형곤

이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민초(民草)들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사랑하고 꼭 지켜야 할 사람들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 온 그들의 삶, 그 인생이야기를 지면에 담고자한다.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군가의 형제, 자매 그분들의 인생여정을 적어 남기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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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면 서정리 복개천을 따라 내려오면 해안도로와 맞닿는 곳에 돼지고기 전문 꿀꿀이 농장이 있다. 김형곤씨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창원에서 거제에 온 지 7년째다.

형곤씨는 한때는 창원에서 잘나가는 일본기업에서 자재, 공정, 품질관리를 하는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업을 하게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1961년생인 그는 마산 토박이다. 5남 5녀 중 아홉째다. 그의 부친은 농부였다. 부친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열 명의 자식들을 위해 일해야 했다. 부농은 아니었지만 논밭을 합해 서른 마지기 정도의 땅이 있었기에 그들은 자라면서 보리밥을 먹지 않아도 됐다.

형곤씨는 봉덕초등학교, 창신중·고등학교를 거쳐 경남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입대한다. 논산 훈련소에서 단기 부사관으로 차출되어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분대장 요원으로 교육을 수료한 후 31사단으로 배치, 그곳에서 복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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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 후 그는 일본 전자회사에 입사한다. 잘나가는 회사였다. 중소기업이지만 당시 대기업과 비교해도 임금, 사원복지 면에서도 결코 뒤 쳐지지 않은 회사였다고 한다. 1992년 그곳에서 형곤씨는 회사 동료이자 8살 연하인 평생의 반려자 신순희를 만나 결혼한다.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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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 지 15년째 되던 해 돌연 명퇴신청을 한다. 사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결정은 그의 인생에 최악의 자충수였다. 당시 돈으로 10억 원을 사기당한다.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에게는 전 재산이었다. 아니 가족의 목숨줄이었다. 그에겐 세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매일 술로 지새웠다. 세상과 사람과 자신에 대한 분노로 점차 폐인이 되어 갔다. 죽음도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병든 그에게 어느 날 아침, 서광과 함께 자식들이 눈에 들어왔다. 애들은 죄가 없었다. 형곤씨는 다시 일어서기로 마음을 다져 먹는다.

평소 요식업에 관심이 있던 그는 창원 소답동 정육식당에서 점원으로 취업, 고기 공부를 한다. 어느새 3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사업자금을 여기저기에서 빌리고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모아 상남동에서 백여 평의 돼지고기 전문점 식당을 오픈한다. 대박이었다.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었다. 2003년 당시 하루 매출이 백 오십에서 이백 만원이었다.

그에게는 그 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주재료인 고기를 도매상이나 유통업자를 통하지 않았다. 본인이 직접 축사를 찾아 양돈주와 직거래를 통해 매입했다. 그 때문에 식육점 허가도 받았다.

좋은 고기는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었다. 구름처럼 손님이 몰려들었다. 그는 생각했다. 결코 절실하고 간절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경제적인 안정은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잘나가던 그에게 건물주가 터무니없는 재계약을 요구한다. 협상을 해봤지만 제자리였다. 그는 미련 없이 가계를 정리하였다. 5년의 세월이 주마등 같이 스쳐 지나갔다.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휴식은 없었다. 후배가 거제행을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2017년 그는 장평 삼성중공업 후문에서 식당을 오픈한다. 처음 6개월 고생했지만 고기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서서히 자리 잡아갈 때 크레인 사고가 발생하면서 내리막길을 타게 된다.

형곤씨는 다시 창원으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제면에 아파트를 사 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거제면에 식당을 내기로 한다. 지금부터 2년 전의 일이었다. 2018년에 합천에 축사를 인수하여 500두 정도의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것도 거제면에 개점하기로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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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는 거제면이 유동인구가 적고 자신의 식당이 잘 알려져 있지않아 찾는 사람이 적어 고민이라 한다.

그에게는 고수의 기운이 느껴진다. 순한 얼굴을 비해 예리한 눈빛이 있다. 형곤씨는 자신이 기르는 돼지에게는 항생제를 주사하지 않는다. 그는 가축의 병의 원천은 사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미생물을 혼합한 발효 사료를 먹이고 울타리에 가둬 목적된 양돈을 하지도 않는다. 때때로 방목하는 것이 육질을 좋게 한다고 믿는다.

그의 바람은 온 가족이 항상 건강하고 요식업 준비를 하는 첫째 그리고 전기업에 종사하는 둘째, 두 아들이 하루 빨리 결혼하는 것이고 축사를 발전시켜 질 좋은 고기를 손님에게 제공, 그들의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것이며 사회봉사를 통해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주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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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상 기자 (geojenewswi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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