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NO’라고 말해야 한다

[특별기고] ‘NO’라고 말해야 한다

거제정책연구소 김범준소장

작년부터 최근까지 거제에 회자되고 있는 사건이 하나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거제시가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의 ‘앵커건물’로 사업부지 내 건물들을 물색하면서 G호텔 측만 접촉하고 절차를 진행한 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의혹과 잡음이 그 것이다.    

희한한 것은, 조금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삼척동자도 비정상적이고 이상하다고 느낄 ‘거제시의 G호텔 매입건’에 대해 거제시의회를 비롯한 시 행정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어떤 정당이나 시민·사회 단체도 이 문제와 관련한 일체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제시의회는 만장일치로 거제시의 G호텔 매입 건을 승인해주었고, 경실련을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 또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과 몇몇 활동가들만이 거제시에 대한 외로운 투쟁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G호텔 매입’관련 세간의 의혹 

세간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대목이 상당하다. 

첫째는 약 5만 8천여평의 고현도심을 재생하기 위한 국민세금 292억 원 중 특정 건물에만 212억원을 쏟아 붓는 것이 정상적인가 하는 것이다. 더구나 앵커건물이 가능한 여타 건물들은 아예 접촉도 하지 않고 25년이나 된 노후된 건물을 100억을 넘게 매입하고, 100억원을 더 투입하여 증축, 리모델링하겠다는 발상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 

둘째는 앵커건물이 사업부지내 많은 건물 중 왜 하필 G호텔이냐는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앵커건물을 현 시장과 특수 관계로 알려진 언론사 사주가 보유한 건물을 택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다. 설령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현 시장에게 누(累)가 될 수 있으면 일부러라도 피하는 것이 정상적인 것 아닌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갖끈을 고치지 말라’는 속담도 있지 않는가. 

셋째는 행정처리 절차와 관련된 의문이다.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은 향후 몇 십년은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칠 큰 사업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업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공청회에서 제기된 주민의견도 무시하고, 의회의 지적도 무시하고, 안전진단 또한 속도전 하듯이 밀어붙이는 등의 일련의 행정처리는 거제시가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올인한 것 같은 느낌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넷째는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의 본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현동 도시재생 사업은 노후·쇠락한 도심을 정비해 침체된 상권을 되살려 중심상권을 조성하는 것이 애초 목적이었다. 그래서 많은 거제시민과 상인들은 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고현 상권 전체에 활기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업예산의 투입계획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G호텔 매입 및 이와 연관된 개발사업으로 변질되는 듯한 경향이 드러난다. 고현 도시재생의 당초 목표대로라면 큰 도로를 중심으로 노후된 건물이나 방치된 공간을 정비해, 특정 건물 중심이 아닌 특정 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정상적이었다. 

거제시 행정 유감 

더 이상한 것은 상식적인 눈높이에서 보면 삼척동자도 이상하게 여길만한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거제시가 보이는 태도이다. 거제시의 대처방식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만든다. 행정 공무원이 시민을 가르치려 한다. “우리가 이렇게 노력해서 이런 결과를 만들었는데, 잠자코 따라오라”는 형태다. 이쯤 되면 ‘섬기는 행정’이 아니라 행정이 시민을 ‘장기판에 졸’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대다수 거제시 공무원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그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울분(?)을 토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반응을 지적하는 것이다. 

필자도 국회 사무처, 부산광역시 등 십 수년이 넘는 공직의 경험이 있다. 공직자로서의 자부심과 명예는 어떤 직업보다도 소중하다고 느낀다. 그것은 공직이 힘을 과시하고 완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라 철저한 자기희생과 봉사의 직업이라 믿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갑으로 행세하던 시대는 지났다. 시민들이 제기하는 목소리가 다소 불합리하게 느껴지더라도 그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한번 더 살펴보고 개선해 보려는 노력을 선행하는 것이 공직자의 자세이다.    

손혜원 의원 사건의 교훈 

G호텔 관련 세간의 의혹들에 대한 거제시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사안이 똑 같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남 목포에도 있었다. 손혜원 전 민주당 국회의원 사건이 그것이다. 손의원은 ‘목포시 공무원으로부터 목포시내 도시재생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여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 도시재생 지역내에 있는 건물을 매입해서 시세차익을 노렸다는 의혹’ 때문에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고발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형태만 보면 목포의 내용과 상당이 휴사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더더욱 세간에 제기되는 의혹들을 거제시가 명쾌하게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빠른 시일내 대 시민 공청회를 제안한다. 제기되는 각종 의혹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적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시민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정책은 실패하고 만다. 지방자치의 발전은 시민의 정책적 영향력이 확인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거제시의 빠르고 현명한 답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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