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가 뭐기에... 개표용지 봉투를 들고 튀어라

감투가 뭐기에... 개표용지 봉투를 들고 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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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용지가 담긴 봉투를 들고 달려가고 있는 이장 당선인

 

한적한 시골 마을, 대낮에 한 남자가 마을 안길을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다. 한 손에는 갈색 봉투를 들고 있었다. 마을 이장 개표 용지를 담은 봉투였다.

지난달 25일, 거제시에 있는 한 마을 경로당에서 이장선거가 치러졌다. 54세대 남짓한 작은 마을이다. 44세대가 참여해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시작, 상호협의하에 11시 30분경 투표를 마감하고 개표에 들어갔다. 20대24, 4표 차로 현직 이장을 제치고 신임이장이 당선되었다. 결과를 두고 서로 투표결과에 승복하며 축하와 위로의 악수까지 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개표결과를 담은 투표 봉투를 참관인 A씨로부터 건네받은 현직 이장 관계자 B씨는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개표 용지를 확인한 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20대24로 표차는 같았지만 현직 이장이 이긴 선거였다. 개표결과가 있고 난 후 수십 분 후의 일이었다.

B씨는 참관인 A씨에게 연락해 후보와 선거 관계자들을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명을 제외한 후보, 관계자 전원이 마을 경로당에 모여 다시 투표용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결과는 현직 이장이 이긴 선거였다. 하지만 신임 당선자와 지지한 주민들은 “개표 장소를 벗어나 확인했기 때문에 기표결과를 위·변조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번복이나 재선거는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현직 이장을 지지한 주민들은 투표결과를 바로잡거나 재선거를 주장했다. 또 “투표용지에 새 당선인이 숫자로 일일이 표기하지 않았느냐”며, “본인의 필체를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신임 당선자는 급기야 개표 용지를 담은 봉투를 가지고 사라졌다. 현직 이장과 지지한 주민들은 112에 신고, 경찰이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장에 온 경찰은 “참관인들이 확인 후 투표결과를 공개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마을 일이니 대화로 잘 해결하라”며 돌아갔다.

그러면 왜 이런 해프닝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잘못된 개표결과를 발견한 B씨는 “투표가 끝나고 참관인들이 기표용지를 반씩 나누어 확인한 후 현직 이장에 기표한 용지는 현직 이장 참관인이 새 당선인에 기표한 용지는 새 당선인 참관인에게 건네주었다. 반대로 새 당선인 참관인 쪽에서 현직 이장에게 투표한 용지를 일부 건네주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고 주장했다. “기표란을 다시 확인하지 않은 현직 이장의 참관인도 잘못이 있다”라고 했다.

한편 새 당선인 C씨는 현직 이장에게 “임기 3년이 내일인데 선거는 해야 하지 않느냐”며 묻자 “내가 ㅇㅇ면 이장협의회 회장 임기가 1년 남았다. 이에 맞춰 1년 후에 선거를 하자”고 해서 “이장선거와 면 협의회 회장 임기와는 관계없다. 항상 정월 대보름에 선거를 해왔으니 보름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 “보름이 하루 지난 25일에 선거를 치러 자신이 당선되었다”고 밝혔다. 또 개표가 끝난 후 현직 이장 측에서 “개표가 마무리돼 투표용지를 소각하겠다”고 해서 건네주었다. “수십 분이 지난 다음 개표결과가 잘못되었다”며 “억지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C씨는 “개표과정을 촬영한 동영상도 가지고 있다. 투표결과에 대해 서로 인정했고 또 개표장이 아닌 바깥으로 유출되어 확인한 다른 결과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 기표용지를 소각한 것은 자신이 맞다”고 말했다.

C씨의 주장에 대해 현직 이장 참관인으로 개표결과를 지켜본 A씨의 주장은 달랐다. “개표과정에서 후보들은 개표장에 없었기 때문에 개표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또 “자신의 일정 때문에 기표용지를 B씨에게 보관하라고 건네주었다. 소각하겠다며 가져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어 “개표결과를 두고 양측 지지자들과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기표용지를 담은 봉투를 가지고 자리를 이탈하려는 것을 현직 이장이 저지했지만 C씨는 이를 뿌리치고 달려나갔다.” “이는 자신의 집으로 급하게 달려가는 모습이 마을 CCTV에 고스란히 찍혀있다. 자신이 그토록 떳떳하다면 유일한 증거자료인 기표용지를 소각한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의 실수는 “기표란을 확인하지 않고 개표 용지 매수만 확인한 것이 잘못이었다. 같은 마을 사람들이라 믿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편 마을 주민 D씨는 지난달 26일 이장 당선인 C씨를 거제경찰서에 업무방해죄(마을 이장선거)로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김갑상 기자 (geojenewswid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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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으랏차 03.05 13:27  
숨기고 싶은 뭔가가 있나보네~...,
다른 사람도 안니고 본인이 소각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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