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 8천억과 470억, 한화를 바라보는 거제경실련의 입장
(장면 1) 지난 10월 22일 한화오션은, 단군 이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방산 프로젝트로 불렸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KDDX)과 관련하여, 경쟁업체인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한화오션 소유의 KDDX 개념설계도 도촬과 불법 유출 사건)을 전격 취소하였다.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로 인해 성명서, 결의문 등으로 한화오션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거제시, 거제시의회, 거제 관내의 경제단체, 거제시민은 매우 어색하고 민망한 상황이 되었고, 향후 수십 년간 대한민국 방산업체의 왕좌(王座)를 차지할 시금석이 될 사업이라며 경쟁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사활을 걸고 싸우던 한화오션의 진짜 속내가 매우 궁금하다.
K-방산에 대한 정부의 원팀 전략,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국익에 적극 협조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하니, 7조 8천억 원에 이르는 혹시 모를 사업 손실을 감당하고서라도 국익에 기여하겠다는 결정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지만, 어찌 보면 한화그룹의 최대 목표인 방산업체 수직 계열화 전략을 위해 물주이자 강자인 정부에게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장면 2) 지난 11월 13일 한화오션의 가족인 하청노동자는, 임단협 연내 타결을 요구하며 맹추위 속에서 천막과 전기도 없이 사내 선각삼거리에서 노숙 농성 중이고 집행부의 단식도, 서울 국회 앞으로 자리를 옮겨, 13일째 이어가고 있다.
조직, 재정, 인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한화오션 정규직 노동조합과의 임단협은 원만하게 타결하였음에도, 하청노동자들에게는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까지 무시하면서 반인권적인 노동 탄압을 일삼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22년에 진행된 51일 동안의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인한 실추된 한화오션의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앙갚음이자 미성숙한 노동조합의 싹을 미리 잘라 기업 경영에 악영향을 미치는 우환(憂患)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난 2022년 51일 동안의 하청노동자 파업으로 발생했다는 47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 취하, 집행부와 노조원에게 대한 형사재판의 탄원을 거제시민이 꾸준히 요청하였고, 경상남도 사회대통합위원회도 두 차례 권고하였음에도, 한화오션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 국회 중재에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음에도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화(財貨)와 용역(用役)이 기업활동의 핵심인데, 한화오션은 자사가 생산하는 재화는 거제시민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인지, 하청노동자의 용역 없이 한화오션의 기업활동이 원활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하청노동자는 쓰다 버리는 소모품으로 여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일 한화오션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해 “더 밝게 빛날 한화의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한화의 ‘인권 경영 헌장’엔 ‘협력업체 인권 경영 지원’, ‘지역 주민 인권 존중’ 등을 적시하고 있다. 한화오션의 밝게 빛날 미래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자리도 엄연히 있어야 한다. 조선소는 하청노동자가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여전히 거제의 향토기업이라고 기대하는 거제시민의 믿음과 신뢰를 깨뜨리고 HD현대중공업 고발 취소와 하청노동자 손해배상 소송이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한다면 거제시민들에게 어떤 회사로 각인될지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
※ 저작권자 ⓒ 거제뉴스와이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