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에게 강요되는 토요일 무급 시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대우조선해양의 일부 하청업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요일 무급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올해 들어서면서 일부 하청업체들은 그동안 정착되어 온 토요일 유급을 무급으로 바꾸고자 취업규칙을 변경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노동자는 현재보다 매월 약 30만 원의 임금 삭감을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2017년 하청노동자들의 격렬한 반대를 불러온 상여금 550% 삭감에 이어 등장한 신종 수법입니다.
특히 이 방식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되 올해 1월 1일부터 신규 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나쁜 정책입니다. 내가 입사해 노동의 대가로 받게 될 임금을 나 아닌 다른 동료 노동자들이 이미 결정해 버립니다. ‘당신 임금은 당장 깎지 않을 테니 대신 다른 노동자 임금을 깎는데 동의하라.’는 매우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폐업과 인수가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신규 입사자의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역시 신규 입사자가 되어 토요일 무급이 됩니다. 이렇게 되어 토요일 무급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 절반을 넘어서면 전 사업장에서 전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토요 무급은 현실이 되고 말 것입니다.
토요 무급으로 인한 임금 삭감은 회복기에 있는 조선업의 숙련공 구하기를 더욱 어렵게 할 것입니다. 숙련공 구인난은 현재 하청업체가 겪고 있는 인력난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하청노동자들이 직접 생산 공정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하청업체와 양대 조선소는 물론 한국 조선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생산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거제시의 일자리 늘리기와 인구 증가 정책에도 역행합니다. 우리 시는 올해 ‘거제형 청년일자리 사업’에 26억 원, ‘거제 청년 일·잠자리 사업’에 43억 원, ‘거제 청년 유턴 일자리사업’에 26억 원의 예산을 집행합니다. 전체적으로 100억 원 가까운 예산이 대부분 조선소 청년들의 일자리 사업을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한들 과연 토요무급으로 삭감된 임금에 동의하고 취업하려는 청년들이 늘어날까 의문입니다. 과연 거제에 돈 벌러 오는 전입인구가 늘어날까 의문입니다. 시에서는 연간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와 인구를 늘리려 기를 쓰고 있는 마당에 조선소 현장에서는 임금 삭감을 통해 고용을 억제하는 정반대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모순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월 30만 원의 삭감을 감당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겠습니까?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 노동을 하면서도, 아니 더 위험한 생산 공정에 매달리면서도 이들의 임금은 정규직의 5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재작년까지 상여금 550%를 기본급으로 전환해 최저임금 상승을 무력화시켜 임금을 삭감하더니, 해가 바뀌니 그나마 있던 토요일 유급까지 없애려 합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도 유분수지 이럴 수는 없습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소득 감소는 지역경제 소비 감소로도 이어집니다. 원룸이 텅텅 비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 불황의 바탕에는 2016년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4만 명이나 줄어든 하청노동자들의 이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거제 경제를 위해서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을 막아야 합니다.
하청업체의 토요일 무급 시도는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와 같은 불공정 행위에도 큰 원인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6억 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선시공-후계약, 하도급대금 부당 책정, 부당한 하도급대금 인하 등의 수법을 동원해 하청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일삼아 온 것이 이유입니다. 대우와 삼성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8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같은 이유로 10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가 있습니다.
원청은 하청업체에, 하청업체는 다시 하청노동자에게 폭탄을 돌리는 것과 같은 이 같은 행위는 중단되어야 합니다. 원청이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낸다 한들 그것이 하청노동자들이 받아야 할 정당한 임금을 착취한 것이라면 과연 그 기업이 지속 가능하겠습니까?
거제시장은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우와 삼성의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그리고 원청 대표들에게 토요 무급 전환이 몰고 올 위험한 여파를 인식시켜야 합니다.
하청노동자를 위해서도, 하청업체를 위해서도, 대우와 삼성 글로벌 기업을 위해서도, 한국 조선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노동 현장의 생산성 향상과 안정을 위해서도, 거제 경제를 위해서도 토요일 무급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마땅합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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