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KDDX 기술 유출 보안사고, 국가 방위산업 바로잡는 계기 되어야
문재인 정권 당시 배후 세력 여부까지 ‘발본색원’해야
방위사업청이 이달 말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대한민국 해군의 차세대 호위함인 KDDX 설계도면 등을 조직적으로 훔쳐 간 HD현대(옛 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 여부를 드디어 심의하기로 했다. 사건 발생 12년, 수사 개시 6년 만의 일이다.
현대중공업(현 HD현대) 직원 9명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차세대 호위함 KDDX 설계도 및 잠수함 설계도 등 핵심 군사기밀 수십 건을 도둑 촬영해 자사의 비공식 서버에 몰래 보관하며 국가의 보안점검을 피해 활용해 왔다는 사실이 법원의 관계자 전원 유죄 판결로 낱낱이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인 2020년 당시 현대중공업은 겨우 0.056점이라는 점수 차이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KDDX 기본설계 사업을 가로채 갔다. 대한민국 방위사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0.1점도 안 되는 점수 차이로 후발 업체가 선도 업체의 사업권을 빼앗아 가면서 이미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의혹은 사실상 예견돼 왔다.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가 있기 불과 몇 달 전인 2019년 9월에 방사청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 업무지침’이 당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변경된 것은 결단코 방사청이 단독으로 행할 수가 없었고, 정권 차원의 비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동안 방위사업청은 범죄행위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기 전까지 범죄에 연루된 기업이나 집단에 대한 제재를 미뤄왔다. 다만 직원들이 범죄 수사를 받고 있는데 따른 일부 감점을 사업 평가에 반영한 것이 전부였다. 전현직 방위사업청장들은 잇따라 국회에 나와 구체적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 국민들 앞에 공언해 왔다. 지난해 말 군사기밀 절도에 가담한 HD현대 직원 9명 전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더 이상 단죄를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KDDX 군사기밀 절도사건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근간을 바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국가 방위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대한민국 영토를 수호하는 엄중하고도 근본적인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방위산업에 도덕성과 윤리성이 특히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HD현대 범죄 가담 직원들의 전원 유죄 판결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판결문도 공개되었다. 일개 직원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이고 치밀한 범죄 공모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찰의 추가 수사도 진행 중이다.
당시 범죄 사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조사되거나 밝혀지지 못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국가 방위산업의 관행적이고 은닉적인 카르텔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이 사건이 당시 정권 차원의 ‘종합 방산 비리 세트’가 아니었는지, 배후 세력에 대한 발본색원으로 국가 방위산업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불공정매각이 기습적으로 발표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은 수상함 수주를 단 한 척도 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거제시의 상권 붕괴와 공동화 현상, 인구 이탈 등 24만 거제시민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거제시민께서 입은 상처를 치유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국가 방위산업의 위상을 올리는 길은 다가올 27일에 있을 방사청 입찰 참가자격 제한 심의가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방사청의 법에 따른 공정하고 엄격한 심의와 이에 따른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의 군사기밀 절도사건에 대한 신속한 후속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할 것이다.
2024.2.20.
국회의원 서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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