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나서야한다

시민이 나서야한다

국립 난대 수목원 유치를 위한 거제시민들의 열기가 뜨겁다.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같은 전대미문의 상황 앞에서도, 시민들의 목소리는 한 방향으로 모아지지 않았었다. 거제도라는 좁은 섬 안에 다른 목소리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국립 수목원 유치’에는 모든 시민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짧은 순간에 이토록 열정적으로 시민들이 뜻을 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답은 거제 시민들의 ‘마음속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달리 말하면, 조선업만으로는 우리 거제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조선업 외에 또 다른 먹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 천혜의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도 관광을 산업화 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일 것이다.

조선업의 불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폭력, 살인, 자살 등 날로 흉포화 되어가는 지역 분위기와 최악의 고용률, 반토막 난 가계 매출, 뚝 떨어진 집값 등 점점 잿빛으로 변해가는 거제의 어두운 단면을 접하는 것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답답함 가운데 시쳇말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 거제도의 절박함이 역설적으로 ‘국립난대수목원’ 유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라 생각한다.

국립 난대수목원 유치는 거제가 관광을 산업화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출발점인 것이다.

조선산업의 위기는 관광산업의 기회

거제시는 관광산업을 조선산업과 병행할 미래 먹거리로 확정하며 1,000만 관광도시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그리고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해 남부내륙고속철도, 국도와 지방도 확충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또한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위한 필수 조건인 즐길 거리, 먹거리, 놀 거리 등 다양한 아이템과 정책들을 준비하거나 진행하고 있다. 거제시의 이러한 노력에 우선 경의를 표한다.

그렇지만 1,000만 관광객 유치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관광이 산업화 되려면 거기에 걸 맞는 교통여건, 체류시설, 즐길거리, 볼거리 등의 다양한 하드웨어 뿐 아니라 물가, 친절함, 이미지 등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까지 여러 요건들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제는 천혜의 자연과 타 도시가 갖지 못한 많은 수많은 역사 · 문화적 자산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관광을 산업화하지 못했다. 조선업의 호황이 역설적으로 거제 관광산업의 장애물로 작용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조선산업의 위기를 관광산업의 기회로 바꾸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거제가 보유한 많은 자연적, 문화적, 역사적 자산들을 관광 산업화해서 미래의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통영이 조선산업의 위기를 오히려 관광산업으로 전환해서 성공한 사례에서 보듯 언제든 위기는 기회로 바뀔 수 있다.

관광거제, 여수를 배우자

제주를 제치고 지금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도시가 된 여수는 4년 연속 1,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러한 결과는 2012년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형성된 철도, 도로, 교량 등 각종 하드웨어와 국내외 관광객을 맞으면서 성숙된 여수시민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결과물이다.

2012년 여수 엑스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라도 서·남해안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보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부터 시작되었다.

낙후된 전라도 서·남해안을 발전시킬 방안을 국가의 균형발전차원에서 검토한 결과가 ‘국제대회 유치를 통한 도시 인프라 구축과 문화시설 확충’이었던 것이다.

엑스포 유치를 통해 낙후되었던 전라도 서·남해안은 지금 대한민국 최고 관광지로 부상했다. 도시의 인프라는 완전히 바뀌었고. 제주를 제치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관광 · 문화의 요충지로 부상했다.

2012년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 낙후되었던 서·남해안에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필자가 계속해서 거제에 엑스포를 유치하자고 주장하는 이유 또한 여수를 벤치마킹해야 거제가 관광도시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도시의 환경과 문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어야지 관광객이 올 수 있고, 체류할 수 있고, 관광이 산업화 될 수 있는 것이다. 1,000만 명의 관광객을 품어 안을 수 있는 환경과 문화 인프라를 갖추어 놓고 ‘1,000만 관광객 유치’를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관광거제가 여수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가치 재 발견

문화는 역사를 기반으로 생성된다.

거제는 대한민국 어느 도시보다 많은 역사적 소재를 갖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거제시는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추진 중이다.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킴으로써 거제포로수용소가 한국전쟁 당시 이념 대결의 공간이었을 뿐 아니라 2차 대전 후 냉전의 확대로 이어지게 만든 ‘세계사적 역사 공간’이었음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거제가 보유한 국제적 자산을 ‘세계적인 관광명소와 역사교육의 장’으로 자리하게 만들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거제 포로수용소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거제시 뿐 아니라 거제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될 우리 시대의 소명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석굴암, 불국사 등 14개의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굳이 다른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의 소중한 가치를 갖게 된다.

개인적으로 현 거제 포로소용소 유적공원을 확장하거나. 아니면 차제에 전체 면적이 아닌 일부라도 역사적 고증을 거쳐 포로수용소 부지를 복원하여 제대로 된 문화유산 공간을 만드는 것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더 나아가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국제적 자산으로서 그 역사적 보전가치가 뛰어나고 문화적 · 교육적 가치 또한 국내 어떤 문화유산보다 탁월한 지위에 있기에 적극적 재정유치를 통한 박물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시민이 나서야 한다.

국립 난대 수목원 유치를 위한 거제 시민의 외침이 경남도 차원의 T/F 팀 구성이라는 결과를 이끌어 내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하여 시민들의 열의와 열정이 결과 도출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불필요 하다.

평창시민들과 여수 시민들의 열정과 의지가 동계 올림픽과 엑스포 유치를 성공시켰다는 확실한 선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상남도가 추진하고자 했던 2014년도의 해양엑스포 추진은 시민들의 지지나 열정이 없었기에 원하던 결과를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거제의 미래를 바꿀 기회가 많지 않다.

2027년 거제 엑스포 개최는 시민들의 열정이 있으면 가능하다. 2027년에 거제에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열정과 거제시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거제시가 올해 안에 2027년에 엑스포를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행정절차의 진행이고 중앙정부의 몫이다.

거제시에 바란다.

거제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2027년 거제엑스포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

변광용 시장의 지방선거 당시 1번 공약이기도 했던 2027년 엑스포유치를 만일 거제시가 미온적인 행정으로 시도해 보지도 않고 포기하거나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린다면, 거제시는 결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시민이 나서야 한다.

관청 주도의 일은 반쪽자리의 성공에 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일의 성사도 장담하기 어렵다. 시민이 관을 등 떠밀어 일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이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국립 난대 수목원에 온 시민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2027년 거제 엑스포 유치와 거제 포로수용소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등재 추진에도 시민이 한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시민이 나서야 한다.

 

필자. 김범준 거제정책연구소 소장.

장승포 출신

현 부산대학교 특임교수(2018. 9 ~ 현재까지)

전 부산광역시 서울본부장(2015.1 ~ 2019. 4)

전 웨스턴워싱턴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2009.9 ~ 2012.8)

KNN 부산경남방송 시사프로 고정패널(송준우의 시사만사)

MBN, 고성국TV 등 시사프로 출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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