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 기고(1) - 우리에게 지속가능발전이란 무엇인가?
다음 주 우리 거제에서 매우 뜻 깊은 전국대회가 개최됩니다. 올해로 21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대회’입니다.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거제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장승포동 일대에서 열리는데 ‘지속가능발전’이란 시대적 화두를 놓고 전국의 민간,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여 교류하고 연대를 되새기는 자리입니다.
환경부, 경상남도, 거제시가 주최하고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이클레이(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 한국사무소, 지속가능발전지방정부협의회 등이 공동주관합니다. 공공청사에 위치한 거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실은 한 달여간 이번 행사 실무준비를 위해 전국지속협과 경남지속협 등에서 파견된 활동가들로 북적입니다.
해마다 가을에 열리는 이 전국대회는 대개 도청소재지가 있는 대도시에서 개최되었는데 거제시 같은 중소 도시에서 열리는 경우는 이례적입니다. 지난해 경남 개최가 확정된 후 김해, 진주, 거제가 치열한 경합 끝에 거제시로 결정되었습니다.
1992년 리우선언과 지속가능발전
행정은 물론이고 기업, 시민사회 등 대다수 기관, 단체에서 이제 ‘지속가능발전’을 빼놓고는 그 미래전략을 논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의 집합체인 한 도시와 국가의 운명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가능발전’의 역사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은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개발)’으로 정의됩니다. 영어 Sustainable Development(SD)를 번역한 것이라 일반 시민에게 낯설고 모호하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경제성장 일변도의 흐름에서 생겨나는 환경오염, 자원고갈, 빈부격차 등과 같은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누리자는 취지입니다. 1987년 유엔(UN)의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의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 ‘지속가능발전’이 전 지구적인 실천 의제로 채택된 것은 ‘리우선언’으로 유명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은 이 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실현할 구체적인 노력으로 '유엔지속개발위원회(UNCSD)'를 설치하기로 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리우선언'과 리우선언 이행을 위한 정책목표와 지침을 담은 '의제21'(Agenda 21)을 채택합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자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것도 이 회의에서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2000년 대통령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두게 되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별로 ‘의제21’기구가 설립,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늘푸른거제21시민위원회,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 녹색창원21실천협의회 등 각 도시별 이름을 딴 의제21 기구들이 그것인데 몇 년 전부터 ‘00시(군) 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명칭을 통일하게 됩니다.
2030년까지, 환경을 넘어선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번 전국대회의 주제는 ‘지역 SDGs, 대한민국 지속가능발전의 시작’입니다. SDGs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줄임말입니다. 2015년 9월 유엔환경개발 정상회의에서 가입국 193개국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으로 2015년부터 30년까지 전 세계 국가와 지방정부가 추진할 이행목표를 모은 것입니다.
2000년부터 15년까지 합의되고 추진된 '새천년발전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의 한계(유엔 내부의 일부만 참여, 빈곤퇴치와 보건에 치중, 전 세계적인 참여의 제한 등)를 극복하고자 보다 확대되고 새롭게 설정된 이행목표입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총 17개의 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나라와 지방정부가 처한 상황에 맞게 17개 목표와 세부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정부 차원의 지속가능발전목표(K-SDGs)를 수립해 발표했고 광역, 기초자치단체별로 이 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거제시지속협은 시민들의 참여 속에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수립하고자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두 번에 걸쳐 100인 원탁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구체적인 지표 개발까지 마무리되고 거제시의 지속가능발전목표로 확정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흔히 지속가능발전을 환경문제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기후변화, 물, 에너지, 해양생태계, 육상생태계 등 환경문제는 물론 교육, 빈곤, 성평등, 건강, 생산과 소비, 불평등, 일자리, 산업, 공동체와 같은 경제와 사회문제까지 아우릅니다. 게다가 정의, 평화, 파트너십 증진도 주요한 목표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나의 도시, 하나의 국가 공동체 전 영역에 걸쳐 있는 미래발전전략이며 동시에 인간의 생활을 둘러싼 모든 자연적, 인문적 환경을 집대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과 민관협치의 중요성
이번 전국대회의 목표에서 ‘지역 SDGs'를 강조한 것은 지속가능발전이 중앙정부만의 몫이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진심을 다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정치, 경제적 이익 또는 민족주의나 종교적인 이유로 국가간 공동 노력이 지켜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맺은 교토기후협약이나 파리기후협약이 자국의 경제발전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미국 등 강대국이 거부하는 바람에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에서 그 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제는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0여개국 1,500여 지방정부가 참여하고 있는 이클레이(ICLEI, 지속가능성을 위한 세계지방정부)가 점차 그 역할을 더해가고 있는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14년 발간된 <뜨는 도시, 지는 국가>는 국가의 경계를 넘어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속가능사업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속가능발전은 행정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물론 단체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동하기는 하겠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참여가 없다면 그 효과는 단기적이거나 전시성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리우환경개발회의에서 ‘의제21’을 추진할 기구에 9개 주요 구성원(Major Group)-여성, 아동과 청년, 원주민, NGO, 지방정부, 노동자(노동조합), 기업, 과학기술, 농민-을 명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번 전국대회는 25일 오후2시 예술회관 대극장에서의 기념식을 시작으로 자치단체장 라운드테이블, 해양쓰레기 등 여러가지 주제 관련 토론회, 사람책 특별도서관, 재활용품을 활용한 합주,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 시민대행진, 거제음식 페스티벌, 공연, 체험마당 등이 준비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 도시, 거제를 바라는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한 번쯤 참여하셔서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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