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하청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5분 자유발언- 김용운 의원

장승포·능포·아주동 지역구, 정의당 김용운 의원입니다.

5분 자유 발언의 기회를 주신 옥영문 의장님과 동료의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 5분 발언을 통해 코로나19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정책에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겪고 있는 차별을 없앨 것을 촉구합니다.

지난 10월 21일, 대우조선해양의 한 하청업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불과 1주일 사이에 64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단기간에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이번 경우는 직장에서 확산된 것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첫 확진자 이후, 확산이 우려되는 20여 개 하청업체는 업무를 일시 정지하는 한편 전 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감염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습니다. 모두 2,316명이 검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노동자 49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들 중에는 이주노동자 30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회사가 업무를 중단하면서까지 직원을 검사받게 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입니다. 문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인 이들이 검사를 받는 시간과 검사 후 집에서 결과를 기다리기까지의 시간이 정상적인 근무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짧으면 4시간에서 길면 8시간이 통째로 무급 처리됩니다. 당연히 하루치 일당이 날아갑니다.

본인의 개인적인 사유로 인한 우려 때문에 검사를 받는 것이 아닙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회사의 지시에 따른 검사와 이로 인한 대기시간이 근무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행태입니다. 직영 노동자들의 경우 이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개선되어야만 하는 차별입니다.

또 다른 차별은 백신 접종에서도 발생합니다.

하청노동자들은 백신 접종 후 후유증으로 아파도 제대로 쉴 수 없습니다. 연차 휴가라도 쓸 수 있는 노동자는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마저도 없는 다수의 일당제 하청노동자들은 접종 당일은 물론, 다음날도 몸이 불편해 근무하지 않으면 무급으로 처리됩니다. 그래서 아파도 웬만하면 참고 일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은 금요일 오후에 접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상 징후라도 발생하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그나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조선소인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 모두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백신을 접종하면 이틀간의 유급 백신 휴가를 제공하는 직영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하청노동자들도 유급으로 쉴 수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차별적으로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심화된 인종 차별에 대해 2020년 4월, 유엔 사무총장이 정책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이 지적이 비단 인종 간의 차별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백신을 맞고 쉬는 것과 회사의 필요에 의한 검사를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은 단순히 돈 문제만은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에 대응함에 있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인권이기도 합니다. 하청노동자라고 해서,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예외를 당연시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조선산업이 올해 압도적인 수주량을 기록하며 수주 목표를 달성하고 대통령과 정부는 K-조선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지금,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조차 조선소 현장에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하청노동자, 이주노동자 없이 조선소 현장이 돌아갈 리 만무합니다. 적어도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라고 하청업체 사장에게만 책임을 지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히 원청인 대우조선, 삼성조선이 나서서 함께 책임지는 자세로 협조해야 합니다. 필요한 비용은 분담하여야 합니다.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는 것도, 생산성을 높여 흑자를 내는 것도 직영, 하청 가릴 것 없는 노동자들입니다.

시장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조선소에서 가장 힘든 노동을 도맡아 하며, 거제 경제를 떠받치는 이들 노동자들 역시 거제시민입니다. 국민상생지원금에서 제외된 12% 시민을 위해 예비비 60억 원을 썼습니다. 백신 휴가, 검사 기간 임금 보전을 위해 재난관리기금이나 재난·재해 목적예비비라도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주기 바랍니다.

코로나19 재난이 시작된 이후, 지난 10월 말까지 거제에서는 27만여 건의 검사가 이루어졌고, 1,02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정책에 따라 검사와 격리, 백신 추가접종은 앞으로 일상이 될 것입니다. 국가적 재난 사태에 대응함에 있어, 전 시민이 흔쾌히 동참해야 합니다. 그 전제는 눈에 보이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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