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운면 시대’ 저물고 ‘연초면 시대’ 오나(?)

‘일운면 시대’ 저물고 ‘연초면 시대’ 오나(?)

서일준국회의원, 박종우시장 모두 연초면 출신
후보군에 오른 시의회 의장도 연초면 출신
시장 출신지역에 따라 공무원 인사 영향 받을지 ‘주목’

지방선거가 끝나자, 거제시의 ‘권력지형’이 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서일준국회의원을 필두로 박종우거제시장 모두가 연초면 출신인데다, 거제의회의장으로 후보군에 오른 윤부원 4선 의원도 이 지역 출신이다.

윤의원이 의장에 당선된다면 국회의원과 시장, 시의회의장 등 거제지역의 최고 권력이 한 지역으로 집중되는 모양새다.

여기에다 오는 7월1일 박종우시장의 취임이후부터 단행될 인사에서 연초면 출신들이 주요부서에 포진되거나 승진하게 된다면 거제시의 정치와 행정이 특정지역 출신들에게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때문인지 지금 지역사회와 관가(官街)에서는 ‘연초면 전성시대’가 멀지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런 기우가 현실에 된다면 거제지역사회에 보이지 않는 권력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특정지역 출신들에게 힘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것에 대해“이번 시장선거에서 일운면 출신의 변광용후보가 연초면 출신의 박종우후보에게 패하면서 일운면 출신들의 세력이 약해질 것은 자명하고, 연초면 출신들을 비롯한 다른 지역 출신들에게 승진과 주요부서 이동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고 분석했다.

이들은 “거제시를 이끌어 가는 공무원사회가 국회의원, 시장의 출신지역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혈연과 지연, 학연에 얽매여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제시인수위원회와 박 당선인측에 따르면 “박종우 당선인이 이번 첫 인사는 소폭으로 하겠다는 의중을 비쳤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거제시의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 아니겠냐”며 “다음에 본격적인 인사를 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이 오는 7월1일 취임이후 시장으로서 단행하는 첫 인사는 서기관 2명, 사무관 6명 등 승진인사가 예고돼 있는데다, 주요 부서를 물갈이하면 소폭에 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인사와 관련해 흘러나오는 이야기가 없다. 선거기간 동안 측근으로 분류되던 주변 모두가 승진과 주요부서 물갈이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조차 모르거나, 함구하고 있다.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진행하고, 누가 입김이 센지, 소위 ‘실세’는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좋게 말하면 보완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박 당선인이 의논할 상대는 일부 측근과 인수위 소속의 몇몇 밖에 없다는 것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정업무에는 처음인 박 당선인이 조언을 구할 곳이 현재로선 공식 루트인 인수위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시정의 방향을 잡고 다듬는 인수위가 인사의 틀을 만들어 박 당선인과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한 소식통은 “인수위가 인사를 살펴본다면, 자칫 특정지역에 편중되거나 선거와 관련된 ‘보은인사’쪽으로 흐르지 않게 각별히 살펴야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한 “인수위가 현재 거제시 공무원사회의 분위기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통은 “현재 공무원들의 여론이 집중되는 시청 홈페이지 등을 잘 보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주요부서에 대한 인물 배치와 관련해 벌써부터 말이 무성하다. “특정지역 출신의 누가 어디로 간다. 누구는 현 국회의원과 사이가 소원해서 어렵다”는 말이 주류를 이룬다. 대체로 호사가들의 추측이나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거제시 관가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이 말들은 그냥 흘러 넘기기에는 너무 구체적이다.

거제시 청사 내 공무원들 사이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복도통신’에 따르면 “A모씨의 경우 주요부서에 추천되고 있으나, 정작 본인은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A모씨의 경우 “얼마 남지 않은 공무원 생활을 시류에 쏠리지 않고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지만, 오는 7월1일 취임이후 단행되는 첫 인사의 뚜껑이 열리면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광용시장 임기 때 일운면 출신 승진, 주요부서 이동 두드러져

정치인의 출신 지역에 따라 그 지역의 출신들의 공무원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은 6월 27일 쓸쓸하게 퇴임하는 변광용 시장 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8년 7월 변광용시장이 취임하면서 거제지역의 권력지형은 여당 출신의 시장과 야당의 국회의원이 ‘한 지붕 두 가족’ 같은 구조를 가지며 양분되는 모양을 보였다.

그런데 변시장 역시 많은 선거에서 낙선하는 쓴 맛을 보았고, 마침내 거제시장 입성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자신을 따르고 도움을 주었던 측근들을 챙겨야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소위 실세들이 나타났고, 여기에 줄을 대는 눈치 빠른 공무원들이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현행법상 엄연히 공무원의 정치적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승진에 목마른 공무원들은 그 위험을 감수했다. A씨는 “친한 공무원후배의 승진을 위해 시장과 친한 사람에게 인사를 부탁해 보았다”고 고백했다.

B씨 또한 “당시 선거를 앞두고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한 것도 사실”이라며 “아마 일부 공무원들 중에는 출마자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중에 움직인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많은 공무원들은 묵묵히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며 인사철이 다가와도 정치권력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2018년 7월 코로나19로 간소하게 취임한 변시장의 첫 인사에 대해 뒷말이 흘러 나왔다. 공무원들과 관가주변에서는 “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니 전직 시장으로부터 귀여움을 받던 사람들이 밀려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몇 사람들이 인사를 주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리고 공무원사회에서 변시장의 인사가 거듭될수록 신조어가 나왔다. ‘친일파’라는 용어가 그것이다. 이 말은 변광용시장과 같은 일운면 출신 공무원과 친한 사람들을 통칭하고 있다. 이 때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승진하려면 일운면 출신이어야 한다“ 자조섞인 푸념이 흘러나왔다.

일부 공무원들은 “인사이후 처음에는 그 부당성을 지적하는 말로 시끄럽지만 시간이 해결한다고 생각하는지, 납득이 안가는 인물들이 자리를 꿰차고 승진을 한다”고 꼬집었다. 또, “순리에 맞지 않고, 사람의 사기와 의욕을 떨어지게 만든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변시장의 집권기간 동안 4,5,6급 인사를 보면, 변시장의 출신지역인 일운면 지역의 공무원들이 승진과 함께 주요 부서를 꿰차는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중론이다.

거제의 권력지형은 어떻게 변해왔나

거슬러 올라가면, 1995년 거제군과 장승포시가 통합해 거제시로 출범한 이후 ‘연초, 하청, 장목면 출신이 거제시 공무원사회에서 득세하던 시대가 있었다.

연초, 하펑, 장목면을 묶어 ‘연,하,장’이라 불렀다. 세력이 큰 만큼 이 쪽 출신의 공무원 수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았다는 것이 그 당시 통설이다.

장목면 출신인 김기춘 검찰총장이 1996년 4월11일 15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당선되면서 김봉조 국회의원(장목면)의 뒤를 이었다. 김의원은 그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고인이 된 제14대 김영삼 대통령(1993년 2월~ 1998년 2월)의 고향도 장목면 대계마을이었다. 장목면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그 당시 청와대 민정실에 근무했던 A씨는 “그 당시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배출한 장목면 지역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고 했다.

“대통령의 고향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사실에 압도됐다”고 회상했다.

2008년 연초면 출신 윤영의원(제18대 국회의원)이 김기춘의원을 물리치면서 권력지형이 잠시 장목에서 연초면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윤영의원은 장목중학교, 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유년시절부터 장목면에 끈이 있었다.

그 이후 2012년 장목면 출신 김한표의원이 무소속으로 진성진후보(새누리당)를 꺾고 당선되면서 다시 장목면으로 옮겨왔다. 2016년 선거에서 당선돼 재선에 성공했다. 이를 보면 연초면과 장목면 출신들이 거제시 국회의원을 독점했다.

이 당시 거제시는 하청면 출신 권민호시장이 ‘거제호’의 선장이었다. 권민호시장은 2010년 7월에서 2018년 3월까지 두 번에 걸쳐 거제시장을 역임했다.

이 기간 동안 ‘연,하,장’출신 공무원들이 승진의 기쁨을 많이 누렸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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